
소설가 서영은
작가 서영은(71)이 김동리(1913~1995)와의 결혼생활을 담은 자전적 소설 '꽃들은 어디로 갔나'(해냄)를 출간했다.
당시 부인(소설가 손소희)이 있던 김동리와 사랑에 빠졌고, 부인이 세상을 떠난뒤 1987년 44세일때 서른살 나이 차가 나는 김동리 선생과 결혼해 보낸 3년여의 시간을 담았다. 1990년 뇌중풍으로 쓰러진 김동리와는 5년뒤 사별했다. 비밀스런 연애와 세 번째 부인이 된 그에게 당시 세상의 시선은 곱지않았다.
“그 관계로 인해 치러야 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김동리 선생은 엄청난 기쁨과 행복을 주기도 했지만 천 개 만 개 흉터를 남기기도 했다.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그것에 깊이 감사한다.”
4일 기자들과 만난 서영은은 "이 소설을 쓰면서 이미 흘러간 시간이지만 그 시절을 회상할 때 많이 아팠다. 고통스러워서 몇 차례 덮어버리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적감정을 배제하고 작가로서의 삶의 진실, 인간성의 깊이를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녀의 여자'(2000년) 이후 14년 만에 내놓은 일곱 번째 장편소설인 이번 책에서도 작가는 남녀의 사랑을 넘어선 깨달음의 경지를 이루어낸다.
‘생의 중심’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담금질하는 그녀는 한 남자의 생애와 비속한 일상을 포용함으로써 현실을 전복해 나간다. 소설은 3인칭으로 서술된다. 작가이자 전직 문예지 기자 출신의 젊은 아내 강호순, 성공한 문필가 박 선생, 박 선생의 두 번째 부인이자 작가인 방 선생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작품은 가장 아프게, 가장 나중까지 운 작가로서의 마음자세의 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이야기 전개, 인물의 말은 거의 사실에 기초했다." 고 했다.
소설에서 김동리격의 남자는 세속의 부와 명예도, 사랑이 주는 기쁨도 놓치지 않으려는 성공한 문필가로, 소유욕이 강한 인물이다. “니 딴생각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달라질 것은 없다” 작가는 두 사람의 관계를 김동리의 ‘황토기’에 빗대어 설명했다. 소설 속 억새와 득보처럼 서로가 있기에 자기 삶이 확인되는 관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지 않는 관계였다고.
생의 가시밭길에 제 발로 들어간 그녀는 자신이 치렀던 인고의 시간이 떠오른 듯 간담회 도중 몇 차례나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 관계 때문에 치른 대가가 혹독하기는 했지만 후회나 여한은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사랑은 목숨 같은 거야. 목숨을 지키려면 의지를 가져야 해"라는 김동리의 말이 주저앉고 싶은 자신을 몇 차례나 일으켜 세웠다"며 "김동리 선생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휠체어에 앉은 이후 이야기는 2,3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hy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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