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도요타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정몽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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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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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신형 제네시스 신차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잔치상은 바라지 마라. 바로 뒤에 정몽구가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간 신차 생산 1000만대 돌파, 2년 연속 신차 판매 세계 1위라는 성과를 일궈낸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소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언제 추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자동차 부품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나카니시 고오키 나카니시 자동차 산업 리서치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지난 2011년 현대차에 당한 일격을 ‘굴욕’이라는 단어를 쓰며, 일본 차업계가 긴장감을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고오키 대표는 “순간적이었으나 2011년 2분기 당시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에서 도요타가 현대차에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품질 문제와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공급 차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대차를 완전히 라이벌로 인식 할 수 밖에 없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그해 9월 미국 소비자 단체가 발행하는 컨슈머 리포트는 혼다의 신형 ‘시빅’을 최하위에서 두 번째라는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시빅 대신 구매 권장 차종에 현대차의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를 포함시켰다.

시빅을 필두로 일본 차는 뛰어난 연비성능을 바탕으로 2008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렸으나 그해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소비자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높은 연비의 준중형 또는 소형 차량 구매를 원한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어차피 잘 팔릴 것이라며 연비 개선을 무시한 채 대형차와 고급차 판매에 집중했던 것이다. 일본차에 대한 인지도는 떨어졌고, 그 틈을 타고 한국 브랜드 차량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뒤늦게 혼다가 1500달러의 가격 할인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가격 할인을 안한 엘란트라는 공급이 달려 팔 물건이 없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고오키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벌어진 일본 브랜드의 인지도 하락과 한국 브랜드의 상승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며, “현대차의 능력이 일본차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는 의혹을 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대차의 성장 배경을 정몽구 회장의 경영 지배 아래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 모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적인 주식 상호 보유 구조를 통해 중앙 집중화 전략으로 사업을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성장해 폴크스바겐과 더불어 일본차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섰다.

또한 현대차 그룹의 구조적인 경쟁력으로 △낮은 인건비, 소재 비용, 에너지 비용이 가져온 비용 경쟁력과 장기간 계속된 원화 약세 효과 △기아차 인수 후 진행한 통합 플랫폼 전략 △현대 모비스를 중심으로 부품 공급 계열사 육성 및 자동차 부품 모듈의 아웃소싱을 통한 품질 개선 및 원가 경쟁력 제고 △계열사 상호 지분 보유에 따른 독특한 지배 구조와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꼽았다.

고오키 대표는 “현대차는 80%에 가까운 자국시장 점유율을 통해 여기서 창출한 고수익을 중국, 인도, 체코 등 신흥국에 선행 투자하고 있다”며, “유럽​​ 자동차 업계로부터 엔진 기술을 답습하고, 선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해 상품성을 단번에 높여왔다. 장기화 된 한국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도 중요한 견인차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7년경 도요타는 현대차와 비교해 2배, 폴크스바겐에는 1.5배 앞선 규모를 자랑했지만, 현재 폴크스바겐은 도요타와 충돌하는 라이벌이 됐고, 현대차는 약 80%까지 차이를 줄였다”며, “도요타가 세계 판매 넘버원에 복귀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사와의 격차가 크게 축소돼 도요타의 상대적 우위는 후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오키 대표는 구조 개혁의 효과를 전략적으로 이끌어 낸 현대차는 훌륭하지만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부터 본격화 될 차기 신차 투입 사이클에서 일본차와의 경쟁 여부가 현대차 미래 성장력을 도모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노동 생산성 악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산업 구조의 위험성, 원화 강세 지속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현대차 독점에 가까웠던 한국내 자동차 시장을 노리는 수입차의 본격적인 침공 등의 도전을 극복해야 만이 현대차는 진정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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