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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설날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훙바오(紅包·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주는 풍속이 있다.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정부의 강도높은 부패척결 정책에 관료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관행이 금지되면서 최근 관료의 자녀들이 정부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다.
4일 신화왕(新華網)에 따르면 정부 당국의 ‘새해선물 금지령’에 관료 대신 자녀에게 각종 방식으로 훙바오(紅包∙세뱃돈)를 주면서 신년 성의 표시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금지령 공포 전에는 보통 200~500위안(약 3만5000원~9만원)의 현금에 고급술 등을 선물했으나, 금지령이 발표된 이후에는 아이에게 5000위안(약 89만원)의 훙바오를 주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또 유학길에 오르는 아이들 항공권 비용 등의 명목으로 1만 위안(약 178만원) 이상의 ‘통큰 세뱃돈’을 선뜻 내놓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 당국이 강도 높은 금지령을 발표했으나, 매년 새해마다 행해온 관행을 그만둘 수는 없어 최근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암암리에 선물 관행을 이어가는 사람이 늘고있다"며 "오랜 기간 이어온 관행이 한순간에 사라질 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간 중국에서는 연말과 새해가 되면 개인적 친분, 즉 '관시(關系)'를 쌓기 위한 목적으로 관료들에게 개인적인 선물이나 식사를 대접하는 등의 관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근검절약 및 호화사치 척결을 강조하며 공직자를 겨냥한 다양한 금지령을 발표하면서 관료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보내는 행위 또한 금기시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해 말부터 고급 담배인 황허러우(黃鶴樓)나 마오타이(茅臺), 우량예(五糧液)와 같은 고급술 판매율은 뚝 떨어졌고, 고급 음식점과 호텔의 매출도 반토막이 날 정도로 당국의 정책은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비공개로 구매해 선물할 수 있는 인터넷 ‘선물쿠폰북’이나 ‘무기명 선물카드’ 등이 정부의 감시망을 피해 신년 성의 표시를 하고자 하는 관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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