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는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에 의해 만들어진 동굴진지 등 제주의 수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제주환경운동연합·곶자왈사람들 등 제주지역 환경단체들은 5일 공동성명을 내고 “송악산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지 말라”며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단체들은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계획은 경관 및 관리계획에서 제주도가 내세운 정책에 위배되는 사업”이라며 “도정은 임무를 방기하지 말고 개발계획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주변 동굴진지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없었다” 며 “동굴진지에 대한 영향을 축소 왜곡하는 방향으로 환경영향평가심의원회에 평가서 초안이 제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제주도가 지난 2009년 수립한 경관 및 관리계획에는 개발사업의 절성토를 3m 미만으로 하는 것이 원칙” 이라며 “하지만 사업자는 최대 8.7m를 절토하는 계획을 제출했다”고 원칙에 위배됨을 꼬집었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최대 절토지는 동알오름과 섯알오름 사이에 있는 셋알오름” 이라며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모든 지역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이 오름을 깎는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그러므로 “지금의 개발계획대로라면 송악산 외륜과 셋알오름의 동굴진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며 “사업자는 동굴진지와 사업지와의 거리가 300m라고 말하고 있으나 2009년 일제진지동굴 학술조사 보고서를 보면 사업부지와 맞닿아 있는 동굴진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자측은 동굴진지의 입구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영향을 애써 축소하려 하고 있다” 며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제출한 이 셋알오름 동굴진지는 최대 절토지와 30m밖에 위치해 있지않아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와함께 “2009년 제주도가 제출한 동굴진지 학술조사를 바탕으로 한 동굴진지 분포도를 보면 뉴오션타운 호텔 예정지의 좌측 셋알오름에는 거미줄처럼 동굴진지가 분포하고 있다” 며 “셋알오름의 동굴진지와 고사포진지가 중국인 소유로 바뀐 사실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제주도정의 이중적 잣대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들은 “최근 한경면 청수리 가마오름 평화박물관이 개인소유가 되면서 경영상의 이유로 일본인에게 매각하려 한 사례가 있었다” 며 “중국인이 셋알오름 동굴진지 등을 관광지로 개발해 똑같은 문제가 나타날지 우려스럽다”고 질책했다.
이어 “송악산과 주변은 일제 강점기의 제주의 수난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다크투어리즘의 1번지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며 “제주도는 송악산의 자연과 역사유적을 보전하면서 지역도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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