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불안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강행했던 텔레마케팅(TM) 신규영업 중단 조치를 사실상 철회해 정책적 판단 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3개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사고 발생 이후 정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마련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 방지 대책’에는 정보유출 사고 관련 안정화 방안과 향후 재발 방지 방안이 담겼다.
줄곧 2차 피해 가능성이 없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해온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선보인 대책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한다는 내용의 해당 대책은 기존 대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사태 수습이 먼저라는 이유로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꺼려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대책 발표 당일 성명서를 통해 이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동양그룹 사태와 KB국민은행 비자금 사태로 국민적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개인정보 1억여건이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박근혜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이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위가 주장하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는 금융사고를 정부의 세수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달 24일 추가로 발표한 ‘개인정보 불법 유통‧활용 차단 조치’는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불법 유통된 개인정보가 영업에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전화, 문자메시지(SMS), 이메일 등을 통한 영업을 갑작스레 중단토록 한 것이 원인이 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부터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아웃바운드(적극형) TM을 비롯한 금융사의 비대면 신규영업을 전면 중단시켰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국민들의 불안이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협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금융당국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강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도 없이 제재에 가까운 조치를 내린 금융당국은 TM 종사자들의 고용과 소득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웃바운드 TM에 영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보험사들의 경우 회사와 텔레마케터(TMR) 모두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각종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4일 부랴부랴 이르면 이달 13일부터 금융사의 비대면 신규영업을 순차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비대면 영업 제한 관련 후속 조치’를 내놨다.
비대면 영업이 중단된 지 불과 일주일여만에 스스로 결정을 뒤집고, 관련 영업을 재개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각 금융사와 유기적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고객정보의 적법성에 대한 자체 점검과 최고경영자의 확약, 금감원의 확인 등 관련 절차가 마무리 되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속 조치 발표 이후에도 현업 부서에 아무런 공문이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언론 보도를 통해 발표 내용을 확인했다”며 “담당자들이 급하게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제도 개선 대책 대부분은 관련 법 개정을 전제로 마련돼 대책 시행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마련한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기 위해서는 신용정보법을 포함한 관련 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며 “법 개정이 차질을 빚거나 지연될 경우 대책 시행이 물거품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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