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 중 서비스수지에 속하는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는 지난해 54억9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지적재산권수지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에 이뤄진 지적재산권 사용에 따른 로열티 등의 수입과 지급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것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해외로 나간 로열티가 국내로 들어온 수입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여기서 지적재산권은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과 판매권 등의 재산권과 이미 생산된 원고와 필름 등 원본에 대한 권리를 모두 포함한다. 오는 3월말 2차 소송 공판을 앞두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은 지적재산권 분쟁의 대표적 사례다.
지적재산권수지는 해당 통계를 편제한 지난 1980년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사업서비스수지, 여행수지와 더불어 서비스수지를 악화시키는 만성적자수지로 분류된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2010년(58억9000만달러) 이후 3년만에 가장 큰 규모다.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는 2011년 29억6000만달러로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가, 2012년 46억70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까지 다시 확대됐다.
이는 해외로 지급한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지급이 96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지급량은 3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불과 10여년만에 세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내년에 지급량은 1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로 들어온 사용료 수입은 지난해 41억1000만달러로 지급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용료 수입은 2000년 6억9000만달러로 미미했다가 해외 현지법인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국내 본사의 특허권 사용료를 지급량이 증가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급량의 증가 속도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사용료 지급이 늘어나는 근본적 원인은 '원천기술'에 있다. CDMA 휴대폰으로 시장을 선도했던 삼성전자는 부품을 개발한 미국 회사 퀄컴에 매년 수조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왔다. 해외 원천기술에 의존해 생산되는 제품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지급해야 할 사용료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5709억2000만 달러였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등 전기전자제품의 수출 증가가 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UN) 산하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는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후진국의 과도한 로열티 지불이 문제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으나 원천기술 보유 수준은 낮아 사실상 중간적 위치에 있다.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히 드는데다 성공여부를 전망하기 힘든 리스크가 있어 쉽지 않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낮고 원천기술이 부족해 당분간 적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