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하면서 약 2년간에 걸친 법정 절차는 마무리 됐지만 당사자 간에 깊어진 감정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맹희 전 회장 측 패소…법정 절차 일단락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는 6일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맹희 전 회장이 제기한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주,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 규모의 재산 인도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공동 상속인들이 삼성 경영권 행사에 대해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회장이 삼성 차명주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맹희 씨도 알고 양해하거나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에서도 "상속재산으로 인정된 일부 삼성생명 주식은 제척기간이 지났고 나머지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주식은 상속된 주식과 동일한 주식인지 알 수 없거나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지난달 14일 열린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에버랜드 주식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하고 소송 청구금액을 9400억원으로 확정했다.
◆ 형제 간 감정 골 깊어…이맹희 전 회장 상고 가능성도
이번 승소로 이건희 회장 측은 상속의 정통성과 경영권을 인정받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간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해 왔던 이맹희 전 회장 측과의 화해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건희 회장 측 법률대리인 윤재윤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결 취지와 사실관계 등을 살펴볼때 아주 합당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판결 절차와 관계없이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가족 차원에서의 화해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감정의 골이 깊어진 당사자들 간 화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 측은 언론을 통해 서로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는 등 감정 싸움을 벌여왔다.
또한 앞서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원망을 풀고 같이 살자는 의미의 '해원상생(解寃相生)'을 호소하며 청구 취지를 변경하는 등 거듭 화해 의지를 밝혔지만 이건희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이건희 회장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삼성 측은 사인 간의 소송이기 때문에 그룹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상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맹희 전 회장의 대리인 차동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공동 상속인들이 차명주식의 존재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의뢰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맹희 측이 상고한다고 해도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이맹희 전 회장 측은 결국 거액의 인지대와 소송비용만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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