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금융사 떨고 있니"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 도입 여부가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제도들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정치권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금융권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의 대책과 정치인들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는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 시민단체 지속적인 도입 촉구

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시민단체 뿐 아니라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승소했을 경우 다른 소비자들도 동일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징벌적손해배상은 민사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갖고' 또는 '무분별하게' 불법행위를 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시 가해자에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닌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서 배상받을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 1인당 배상액이 2~3배는 기본이고, 수십배까지 커질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두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그리고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현행법대로라면 소송을 해도 피해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어 보상받기 어렵고, 손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제도적 한계로 금융사의 책임을 묻는데 실효성이 없다"며 "징벌적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들이 신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치권 가세로 도입 가시화

현재 국회에는 여러 건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 관련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두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빨리 도입해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 역시 "국민에 대한 배상에 중점을 둔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얼마 전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비자가 기업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그중 일부 소송에서 승소하면 모든 관련 소비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두 제도 도입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당의 입장이 문제다. 새누리당은 집단소송제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징벌적과징금 부과를 주장하고 있다.

◆ 무차별 조치에 우려의 목소리도

이같은 강력한 조치에 금융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상 초유의 사고를 낸 입장에서 드러내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는 처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부담되고 걱정스런 게 사실이지만, 정보유출 사태로 소비자들에게도 죄인이 됐는데 딱히 할 말이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책과 법안들을 쏟아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당국의 한시적인 텔레마케팅(TM) 금지 조치가 부작용을 일으킨 대표적인 예다. 금융당국이 텔레마케터들의 고용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한시적인 영업 금지 조치를 내리자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금융당국은 서둘러 TM 금지 조치를 사실상 취소했다. 일부 의원들의 대출모집인제도 폐지 움직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 역시 당장 선량한 모집인들의 '밥줄'까지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이번 정보유출 사태를 진정성 없이 정치적으로만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