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종곤ㆍ박정수 기자 = 국내 증권사가 불황 속에 조직을 축소하면서도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으나 지점 통폐합 등을 통해 사실상 직원을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가 최근 지점 통폐합으로 점포 수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는 인원을 자연 퇴사자로 분류, 구조조정 인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H증권 관계자는 "점포가 합쳐질 때 폐쇄되는 곳은 지점장을 비롯한 상당수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며 "이런 인원은 자연 퇴사자로 집계돼 증권사 구조조정 인력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 지점 조직은 크게 지점장, 부지점장, 영업팀, 업무팀으로 나뉜다. 부지점장은 2명 이상 될 수 있지만 지점장은 대리인이기 때문에 1명이 원칙이다.
통상 폐쇄된 지점 직원 직급이 부장이거나 차장이면 통합점으로 옮겨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폐쇄되는 지점 지점장이 통합 지점장을 맡는 경우가 거의 없고 지점장직을 잃게 된다. 이같은 상황이 비일비재해 증권가에서는 '면'이라는 은어로 통용하고 있다.
D증권이 작년 9월 5개 지점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증권 한 관계자는 "5개 지점 가운데 한 지점에서 '면'을 당한 지점장은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좌도 없고 최근 내점하는 고객도 없는 상황에 영업을 할 의욕이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 통합 과정에서 자연적인 인력 이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 타 증권사의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헤드헌팅회사 관계자는 "한 지역에 모인 증권사들은 어느 증권사 지점 직원이 역량이 뛰어난 지 서로 잘 알고 있다"며 "지점 통합이 있을 때 눈여겨 본 인물에 이직 의사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지점 통합이 인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배경에 증권사 성과주의를 꼽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몇 몇 증권사는 일종의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있다"며 "이는 사실상 퇴사압력프로그램으로 부진자 교육, 급여 삭감 등으로 활용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점 통합을 하면 해당 지점은 인력이 늘어 '콩나물 시루'처럼 될게 뻔하다"며 "향후 인력감축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증권 업황 부진으로 지점 통폐합을 실시한 몇몇 증권사는 인력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회사는 지점 통합에 대해, 지점 재배치 작업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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