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직원, 2800억원 대출사기…금감원, 관련 은행 검사(종합)

아주경제 김부원ㆍ양종곤 기자 = KT 자회사인 KT ENS의 직원이 은행권에서 수천억원대의 부당 대출을 받은 후 해외로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은행을 대상으로 검사에 나섰으며, 문제가 적발되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6일 금감원 따르면 KT ENS 직원은 협력업체 3~4곳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나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중 2800억원을 가로챘다.

협력업체들이 통신장비를 KT ENS에 납품하면서 발행된 세금계산서를 바탕으로 외상매출채권이 발행됐으며,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SPC를 만든 것이다.

SPC는 받은 매출채권을 일부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매출채권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매출채권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금감원이 대출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금액 규모는 하나ㆍ농협ㆍ국민은행에서 2000억원, 10개 저축은행에서 800억원 등 2800억원에 달한다.

대출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한 이유는 KT ENS가 대기업인 KT 자회사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대출을 해준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 대출 사기와 금융사의 공모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반면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의 공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재 확인되진 않았지만 은행 직원과 공모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그러나 KT ENS와 협력업체의 공모에 의해 이뤄진 사기대출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이 약 2주 전 저축은행 여신상시감시시스템에서 A저축은행이 2개 차주에 대해 취급한 대출이 동일차주 한도초과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서면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각됐다.

박 부원장보는 "한 저축은행이 사건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고, 사기 혐의자를 소환해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은 관련 금융사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 법규 위반사항이나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