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가 행사한 해임 건의는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 가운데 하나로 헌법 제87조 3항은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총리가 내각, 즉 행정 각 부를 총 조정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권과 해임건의권까지 동시에 행사할 수 있다.
정 총리도 이런 권한을 인식하고 지난 2월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업무수행에 미진한 국무위원이 나오면 해임건의권을 활용할 계획이 있냐"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의 질문에 "당연히 해임건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를 보면 총리가 해임건의권을 행사한 적은 노무현 정부 시절 고건 전 총리가 유일할 정도로 전무후무하다.
고 전 총리는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교육계 분열로 윤덕홍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부적절한 언행'에 휩싸인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 두차례 해임건의권을 행사했었다.
우연의 일치로 해임건의를 받게 된 장관은 동일하게 해양수산부 장관이 됐고 '부적절한 발언'이 경질사유로 된 것도 동일하다.
하지만 정 총리가 총리로서 권한을 행사했다기 보다 청와대와 먼저 의사타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총리는 오전에만 해도 여야 의원들로부터 윤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 요구를 받고 "죄송하게 생각을 하고 본인도 죄송한 생각을 갖고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해 자격시비를 하는 마당에 그걸 전부 수용할 수는 없다. 결정적 흠결이 있으면 그때 저도 그걸 하겠다" 등으로 해임건의 의사를 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입장을 선회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께서 얼마 전에 유사사례로 경고를 했음에도 그런 언행이 있었다는데 대해 저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해임건의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해 사실 깊이 고민 중이며, 깊이 고민해서 오늘 중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오전과 오후의 다른 수준의 발언에 대해 이미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윤 장관이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4시30분에 예정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를 시작 20분 전에 취소하고 갑작스럽게 서울로 떠나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 총리를 만난 것은 윤 장관이 자신의 해임건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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