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동해병기법안 '한인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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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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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지난 6일은 미주한인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가슴 졸이며 보았던 '동해병기법안'이 버지니아주 하원 전체회의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워싱턴DC 수도권지역 한인들은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토론회나 표결이 있을 때마다 버스까지 대절해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의 수도 리치몬드까지 달려 갔고, 상원이면 상원, 하원이면 하원 관련 의원들의 사무실을 찾아가 법안 지지를 호소했다.

수많은 한인동포들이 찬성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 상하원 의원사무실에 전화를 걸었고, 각 지역 의원사무실에 찾아가기도 했다.

일본은 이 동해병기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주미 일본대사까지 동원했고,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버지니아에 진출해 있는 일본기업과 투자자들을 철수시키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치 않았다. 

일본측의 집요한 로비 때문이었는지 한때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가 직원들을 시켜 의원들이 법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도록 설득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결국 맥컬리프 주지사는 한인들의 열정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서명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번 버지니아주의 동해병기법안의 통과를 위해 오랫동안 캠페인을 벌여왔던 피너 김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 대표는 법안이 하원 전체회의에서 가결처리되자 '미국 주류사회와 다른 민족들에게 한인들이 하나로 단합하는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며 '한인 이민 역사의 새 장을 연 셈'이라고 말했다.

사실 처음 이 법안이 버지니아 주의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대부분의 의원들은 동해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법안이 의회에서 다뤄져야 하는건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인사회는 계속해서 의원들은 물론 지역 미국인들에게 자녀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설득했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편한 심기가 더해지면서 결국 법안 가결로 이어졌다. 

또 한가지 이번 법안 가결을 이끈 요인은 바로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이다. 미국의 선출직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서워한다.

일본이 버지니아주에서 회사를 철수한다고 협박을 해도 유권자가 뽑아주지 않겠다고 하는 것만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맥컬리프 주지사가 한인사회와 했던 동해병기법안 지지 약속이 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인사회의 분노가 커지자, 그는 부랴 부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인사회가 그만큼 힘이 커진 것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맞붙어 있으면서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버지니아의 주지사와 정치인들을 바로 한인들이 움직였다.    

한인사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미국 정치인들이 찾아와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얼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바로 몰라보게 신장된 한인사회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일례다. 

버지니아 주의회의 유일한 한인출신 의원인 마크 김 하원의원은 이번 법안 통과를 지켜본 뒤 "풀뿌리 운동의 힘을 이번에 확인한 만큼 한인사회의 힘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며 "선거참여나 정치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제 동해병기법안이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이 되면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가 버지니아에서 새로운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버지니아용 교과서만을 따로 제작하진 않기 때문에, 버지니아를 비롯해 남쪽 지역에 있는 7개 주에서도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 교과서를 쓰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해당 주에서 따로 법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동해병기된 교과서를 사용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앞으로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더욱 신장됨과 동시에 미국 내 한인동포사회의 조직역량이 강화되고, 동해병기 문제 외에도 미국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위안부 결의안이나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기림비 등 일본관련 문제에 있어 미국의 정치, 외교에 입김을 더욱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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