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화제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소외되곤 하는데 요즘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그렇다. 10대부터 50대까지 두터운 연령층을 사로잡은 ‘겨울왕국’은 지난 8일 누적관객수 700만(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넘어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메인테마곡 이디나 멘젤의 ‘Let it go’ 역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 중이다. 음원사이트 멜론 홍보를 담당하는 윤아현 대리는 “지난달 27일부터 9일까지 일간 음원차트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해외곡이 차트를 장악한 일은 수년간 없었다.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국내 가수들의 ‘Let it go’ 커버송(cover song· 한 가수가 부른 노래를 다른 가수가 바꿔 부른 노래) 행렬도 영화의 음원 인기에 한 몫 했다. 높은 음정에 풍부한 성량이 있어야 부를 수 있는 고난이도 곡인 만큼 가수의 가창력 뽐내기에는 그만이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커버송 행렬에 누리꾼의 반응은 엄동설한이다. “그만 불러 제발”(jcs1****), “왠지 관심 받으려고 일부러 부르는 가수도 있는 것 같다”(ghdr****), “다들 이때다 싶어서 이슈 되려고”(aiba****). “나만 지겨운 게 아니었구나”(cen0****), “뭐든 도가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wjsx****) 같은 싸늘한 의견이 주를 이룬다.
좋게 시작했다 볼썽사납게 끝나는 모습이 지난해 가요계를 강타했던 ‘힙합 디스전’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디스는 무례를 뜻하는 disrespect의 줄임말로, 상대를 폄하하는 말이나 행동을 일컫는다). 음악적 경쟁을 통해 죽어 있던 힙합에 숨결을 불어 넣자’는 기본 취지는 추잡한 비즈니스 관계와 사생활 폭로로 변질했다. 설상가상 ‘힙합디스전’에 숟가락을 얹어 이슈인물이 되고자 하는 몇몇 뮤지션이 등장하면서 비난을 면치 못했다.
‘Let it go 커버전’ 역시 흙 속의 진주처럼 숨어 있던 보컬들을 발견하고 ‘겨울왕국’ 팬들에게 추억을 곱씹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초심을 잃은 지 오래다. 마케팅 전략이나 가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노준영 평론가는 “보컬만 바뀌었을 뿐 ‘Let it go’ 커버가 그 이상의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 또 이슈화 되려는 의도가 명확히 보이면서 대중에게 외면 받았다”고 해석하면서 “출발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해당 음악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자신의 음악세계를 열어 보이는 개성적 주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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