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사례1. 연예인 천송이는 한유라의 자살 사건 후 연예인으로 활동이 끝나는듯 했지만 동료 연예인의 도움으로 영화의 작은 배역을 맡게 된다. 늘 주연만 맡았던 그녀지만 다시 재기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쁨에 '한율 진액 스킨'을 바르며 촬영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례2. 천송이를 사랑하는 외계인 도민준. 그녀에 대한 서툰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네이버의 모바일SNS 라인'에 메시지를 보낸다. 그녀에 대한 걱정으로 "몸은 좀 어떠냐", "S&C와 계약이라니. 제정신이야?" 등의 메시지를 썼다 지운다. 그리고 실수로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송, 당황하게 된다.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연출 장태유·이하 '별그대')에서 PPL(간접광고·방송 프로그램에 기업 이름이나 상품 로고를 노출하는 광고)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디저트부터 화장품, 모바일 SNS, 의류, 휴대폰과 카메라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주 방송된 '별그대' 14·15회 방송분에서 눈에 띄는 PPL만 하더라도 3개 이상이니 전체 드라마로 보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지난 5일 방송된 '별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는 영화 촬영 준비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본인이 직접 메이크업을 하는 열정을 보이는가 하면 "리얼한 액션을 위해 메이크업을 삼가 달라"는 스태프의 말에 공들인 화장을 다 지웠다. 이 과정에서 전지현이 모델을 맡은 한율의 기초화장품이 TV 화면을 가득 채웠다.
보여줄 필요가 없는 제품의 상표까지 그대로 노출하며 시청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늘 빛나고 아름다운 전지현은 이 장면에서 '굳이' 더 빛났고 '굳이' 더 예뻤다. 스킨을 바른 뒤 긴 손가락으로 얼굴을 매만지고 거울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띠는 모습은 순간 '내가 지금 CF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천송이가 화장품을 맡았다면 유세미(유인나)가 맡은 제품은 디저트였다. 세미 곁에는 늘 '쁘띠첼 스윗푸딩'이 있어야 한다는 듯 대기실이나 대기 중인 차 안에서 세미는 틈틈이 스윗푸딩을 먹었다.
이날은 홍보에 유세미가 짝사랑하는 이휘경(박해진)도 거들었다. 휘경은 천송이를 위해 배우와 스태프를 위한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디저트 자리에는 예상대로 '쁘띠첼 스윗푸딩'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유세미와 이휘경의 활약으로 해당 제품은 '푸딩 대란', '푸딩 원정대'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한달 만에 130만개의 매출을 기록했다.
도민준(김수현)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PPL의 도움을 받았다. 6일 방송분에서 민준은 '라인'을 통해 천송이에게 보낼 메시지를 썼다가 지우며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라인은 두 사람이 평소 대화를 하는 소통의 매개체로 자주 등장해왔다. 천송이 집에는 라인 캐릭터 인형들도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별그대' 천송이의 스티커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며 라인에 '별그대' 공식계정도 개설됐다. 전세계 이용자가 3억명이 넘는 라인이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인지도가 낮자 이용자를 늘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별그대'를 선택한 것이다.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면 해외 광고 효과는 덤으로 누릴 수 있게 된다.
지난주 방송분이 아니더라도 '별그대'에서 '뜬금없는' 제품 홍보의 예는 많다. 김수현은 겨울낚시를 하러 갈 때면 자신이 광고모델을 맡고 있는 '빈폴 아웃도어' 제품의 옷과 텐트 등을 이용한다. 이에 질세라 전지현은 자신이 모델인 '삼성 지펠 냉장고'에서 경쾌하게 탄산수를 뽑아마신다. '별그대' 출연진은 모두 '삼성 갤럭시 노트3'를 사용한다.
PPL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노출해야 하는 만큼 '별그대'는 기업에게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이 25%대라고 하지만 최근 20·30대가 프로그램 다운,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시청률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간접광고비는 300만원부터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시청률이 높을수록 효과가 많아 금액은 계속 오르게 된다. '별그대' PPL 역시 높은 금액대가 형성돼 있다. 프로그램 제작 전 제작비를 고민하고 염두에 둬야 하는 방송사와 제작진에게는 PPL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을 터.
하지만 지나친 PPL은 개그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시청자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25%를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별그대'가 생뚱맞은 협찬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어야만 할까? 생각해 볼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