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인근 수도권 2기 신도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입주 초기 전세물량이 많았던 2기 신도시는 서울 전세난으로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일부 매매전환 수요에 따라 한 달 새 절반 이상 미분양 가구가 줄어든 곳도 있다. 그러나 입주 2년차를 맞는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경우 최근 전셋값이 1억원 넘게 상승하는 등 미분양으로의 매매전환에 비해 전세난이 더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2기 신도시 전세시장이 세입자 우위 시장에서 집주인 우위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나면서 기존 서울 전셋값으로 수도권 전셋집으로 옮기거나 돈을 조금 더 보태 미분양으로 이사를 하려는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2기 신도시가 자리한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양주(양주신도시)∙수원(광교신도시)∙파주(운정신도시)∙화성(동탄신도시)시 등의 총 미분양은 지난해 7월 1만2400가구, 9월 1만1089가구, 12월 1만351가구로 감소했다.
지역별 미분양 가구수를 보면 동탄신도시가 자리한 화성시는 지난해 6월 4123가구에 달했던 미분양이 급격히 소진되면서 12월에는 2317가구로 줄었다.
김포시도 김포한강신도시 새 아파트가 속속 주인을 찾으며 지난해 7월 4491가구에서 12월 3530가구까지 줄었다. 운정신도시가 들어선 북부권인 파주시는 9월 2807가구까지 미분양이 늘어났지만 10월 이후 미분양이 줄기 시작해 12월 2588가구가 남았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11월 2158가구였던 미분양 아파트가 12월 1802가구로 16%나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미분양 해소규모에 비해 2기 신도시 아파트 전셋값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2기 신도시 전셋값은 0.01% 오르며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광교신도시는 지난 2년 새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광교신도시의 전셋값 상승률은 59.6%에 달해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2년 동안 평균 1억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김포시도 25%나 올랐다. 대규모 입주물량이 많아 입주 초기 전셋값이 저렴했던 김포지역으로 서울 강서권의 '전세난민'이 대거 진입하면서 2년 새 전셋값이 훌쩍 뛴 것이다.
광교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요즘 전세물건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집주인과 흥정도 없이 전셋집을 계약하고 보자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기 신도시 전셋값 강세가 올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수록 상대적으로 시세가 저렴한 2기 신도시로 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2기 신도시 전셋값은 지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