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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토로형 의료민원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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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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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환자들이 환자 단체를 찾는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가 민원 때문이다. 의료민원은 내용에 따라 그 유형이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가 ‘고충토로형’이다. 화가 나고 속이 터지니까 자기 사연을 들어 달라는 민원이다. 의료민원의 70% 이상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민원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적절히 리액션 하면서 잘 들어주기만 하면 해결된다.

두 번째가 ‘복수요청형’이다. 자기에게 피해를 줬으니까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게 하거나 언론 보도를 통해 명예를 실추시켜 달라는 민원이다. 막가식파 민원이 많고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환자단체에 분노를 쏟아낸다.

세 번째가 ‘소송지원형’이다. 현재 민ㆍ형사 소송 중인데 자기가 불리하니까 도와 달라는 민원이다. 보통 수백 페이지 분량의 서류 뭉치를 항상 갖고 다니고 대부분 패소 확률이 90% 이상인 골치 아픈 사건들이다.

네 번째가 ‘공익목적형’이다. 자신이나 가족과 같은 불행한 의료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령을 제정하거나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다.

공익 목적의 이러한 민원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3년 전 항암제 빈크리스틴이 잘못 주사돼 사망한 종현이의 부모가 제2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환자안전법’을 제정해 달라고 했던 민원이 대표적이다.

의료민원은 듣는 데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지 않는다. 보통 서론만 1시간 50분이다. 본론은 10분도 채 안 된다. 중간에 환자의 말을 끊으면 절대 안 된다. 버럭 화를 내기 때문이다. 잠자코 들어줘야 한다. 2시간 설명을 했는데도 자신이 기대했던 답변을 해 주지 않으면 “뭐 이런 곳이 다 있어!”라며 한바탕 욕을 퍼붓고는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보건소나 의료 관련 관공서 담당자들이 환자나 보호자의 의료민원 설명을 듣는 것을 꺼리는 이유도 10분이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2시간 동안 설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처분이 필요한 중요한 민원 사건을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보건소나 의료 관련 관공서 공무원들이 환자들의 고충토로를 듣는 데 몇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심각한 행정력 낭비다. 행여나 잘 들어주지 않으면 환자들의 호된 항의나 비난까지 받게 된다. 관공서나 보건소의 숙원사업이 ‘고충토로형 민원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의료민원 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다산콜센터(☏120)를, 정부는 보건복지콜센터(☏129)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콜센터 상담원은 간단히 민원 내용을 청취한 후 제도 설명이나 관련 기관 및 부서 담당자로 연결해 주는 역할 정도만 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 관련 경험이 부족한 상담원이 민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기관ㆍ부서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인들의 불만이나 불편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시나 정부가 의료현장에서 보건의료 관련 고충과 민원 상담에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환자단체와의 협력모델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의료민원 중에서 고충토로형 민원은 환자단체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으로 해결하고, 서울시나 정부 관공서는 행정처분이나 제도개선이 필요한 공익목적형 민원의 해결에 집중하는 협력 모델이다.

이를 통해 보건소나 관공서가 고충토로형 민원 해결을 위해 과도하게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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