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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알뜰주유소는 지난해 기준 1000곳을 돌파했다. [사진=한국석유공사]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문을 닫는 주요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유소 시장에 알뜰주유소와 셀프주유소의 가세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소규모 자영 주유소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주요소는 전년 대비 18% 이상 증가한 310곳에 달했다. 연간 폐업 주유소 수는 2008년 101곳에서 2012년 261곳, 2013년 310곳으로 2008년 이후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 폐업 주유소가 41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37곳), 강원(36곳), 경북(34곳)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휴업한 주유소도 393곳에 이르렀다. 휴업은 폐업 자금조차 없는 주유소가 임시방편으로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주유소의 휴·폐업이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저조한 이익률이 지목된다. 지난해 전국 주유소의 평균 매출이익률은 4%대로 카드수수료 1.5%를 제외하면 2%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주유소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주유소는 1만3000여개 이상으로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적정 주유소 수는 8000개 안팎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주유소 확장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도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유가 안정을 목표로 2011년 말 도입한 알뜰주유소는 이미 포화 상태인 주요소 시장에 출혈 경쟁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 전국에는 1000곳 이상의 알뜰주요소가 영업 중이며,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알뜰주유소를 13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만을 지원하는 정부의 차별적 정책에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유류세나 카드수수료 인하와 같은 적극적인 주유소 살리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대규모 정유업체들 역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정유 3사의 2013년 영업이익률은 1∼2%대에 그쳤다.
이 같은 부진은 전반적인 석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유가 변동성이 커져 재고 관리 부문에서 손실을 냈고, 정제 마진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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