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4학년이 되는 나는 마지막 실습으로 공단소방서 송도119안전센터에서 2주 동안 구급차 동승실습을 하게 되었다.
2주간 함께 지낼 분들께 인사를 드린 후, 구급대원 선배님께서 내가 타고 다니게 될 구급차를 보여주고 구급차 안에 배치되어 있는 장비와 소모품들 사용법 등을 교육 해 주었다. 책과 학교실습실에서 보던 장비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실습이 너무 기대되기도 하면서 내가 구급대원 선배님들과 환자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른 센터에서 목을 맨 자살시도 관련 현장에 가고 있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구급대원 선배님은 내게 그런 현장에 가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겠냐고 염려하며 물어보았다. 나는 평상 시 잔인하고 징그럽거나 공포스러운 영화를 잘 못 보기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민에 잠겼다.
내게도 출혈이 많이 나는 환자가 있는 교통사고 현장에 갔었던 기억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눈빛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마스크 안에서 표정을 숨기고 구급대원님의 처치를 도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비록 실습생이라 하더라도 구급대원의 옷을 입고 그 자리에 간 나는 구경꾼이 아니기에 내색을 할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평소라면 기겁을 하고 눈을 가렸을 나였을 텐데 생각보다 의연한 나의 모습에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앞으로도 많은 상황들 속에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고들을 맞닥뜨릴 날이 올 것이다. 당황하지 않고 환자와 보호자들의 입장에서 위급한 상황에 빠진 환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닌,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전문가다운 모습을 점차 갖추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런 와중에 TV에서 구급대원 폭행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되었다. 밥을 먹다가도 새벽에 잠을 자다가도 출동벨 소리에 벌떡 일어나 구급차에 몸을 싣는 구급대원선배님들께 그런 일이 발생한다니 마음이 아팠다. 또, 허위신고나 긴급한 출동 중 도로상에서 양보하지 않고 앞길을 막는 차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실습기간이 일주일 남았는데 또 어떤 일들을 만나게 될지 너무 기대가 된다. 책이나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고, 어디에서도 해 볼 수 없는 경험들을 함으로써 나는 한층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보내고 있는 의미 있고 소중한 기억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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