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확장을 억제하고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을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이 결국 실패한 꼴이다.
상황이 이렇자 현재 추진 중인 대기업의 면세점 비율을 제한하는 관세법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타임월드가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획득했다.
중소기업과 상생하자는 취지로 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입찰을 포기했지만 결국 대기업 손으로 들어간 것이다.
앞서 진행된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대기업 또는 외국계 업체가 잇따라 운영권을 따내고 있다.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점에 발을 들인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7월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의 운영권을 차지했다. 이어 진행된 김해공항 면세점 역시 외국계 대형 면세점 업체인 듀프리에 손에 들어갔다.
국내 공항 면세점 운영권이 계속 대기업 손에 들어가면서 대기업의 면세점 사업을 법으로 제한하는 관세법 개정안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면세점에서 중소기업의 면적 비율을 30% 이상, 관광공사·지방 공기업 비율을 20%로 각각 할당했다. 이와 함께 면세점에서 진열·판매하는 제품 비중도 중소기업 제품이 30% 이상이 되도록 했다.
현재 전체 면세점 사업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돈다. 중소기업과 관광공사·지방 공기업이 각각 4%·7%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중소기업이 절대로 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면세점 사업 성공 여부는 소위 명품이라고 말하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말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11곳의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4곳이 사업을 반납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개점 연기를 요청하는 등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운영은 시작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이 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수익성을 맞출 수 있는 곳이 없다"면서 "인위적으로 중소기업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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