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눈폭풍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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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16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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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현지시간으로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평균 적설량 13인치(약 33cm)의 눈폭탄을 맞은 워싱턴D.C. 수도권 지역은 말그대로 마비됐다.

이날은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눈이 많이 내린 날로 기록됐다. 당시 워싱턴D.C.에 근무하던 시민들은 예상치 못했던 눈폭풍에 평소 30분 걸리던 퇴근길이 13시간이나 걸리는 악몽을 겪어야만 했다.

다행히 이번 눈은 퇴근시간이 지나고 난 뒤 밤부터 내리기 시작해 우려했던 대규모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밤새 내린 눈이 몰고 온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무엇보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폐교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잦은 혹한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아이들의 수업일수가 모자르게 되면서 대체 수업일수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17일은 프레지던츠데이(Presidents Day)로 미국의 공휴일이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 정상수업을 받아야 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시정부는 물론 연방정부도 모두 문을 닫았다. 각 지자체 기관도 업무가 중단됐다.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자가용이 일상화 돼 있는 이곳에서 눈속에 차가 갇힐 것을 예상한 시민들은 눈폭풍이 오기 전날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미리 사기 위해 대형마트로 몰렸다.

정부기관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정부와 일을 하는 기업들이 손을 놨고 공무원과 회사원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마저 문을 닫았다.

결국 눈폭풍은 업소의 매출 감소를 불렀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기후 때문에 유난히 혹한이 잦았던 이번 겨울은 상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다.

워싱턴D.C. 소형 마트의 60%를 차지하는 한인업주들은 폭설로 울상을 지어야 했다. 쇼핑몰의 의류매장도 문은 겨우 열었지만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같은 매출 감소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두 달 연속 소매매출 실적 하락과 맞물리면서 소매경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메릴랜드 하워드에는 평균 20인치 이상의 폭설이 내린 가운데 자신의 집 앞에서 눈을 치우던 주민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또한 눈이 그친 뒤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대부분 삽 등으로 눈을 치우다 팔다리와 허리 통증을 얻은 사람들이다.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워싱턴D.C. 수도권 지역을 강타한 폭설은 사상 9번째로 큰 눈폭풍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아직 눈이 더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주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워싱턴D.C.와 인접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에는 아직도 지상 위에 세워진 전봇대가 상당히 많다. 근래에 개발된 지역은 전선 및 각종 케이블이 지중화 공사로 땅속에 묻혔지만 상당수의 지역은 여전히 나무 또는 시멘트로 만든 전봇대를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폭설이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면 인근의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신주나 전선을 쳐 전력 공급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전기로 난방을 하는 집 같은 경우 밤새 추위에 떨든지 다른 곳으로 피난가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밥을 지을 수도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씻을 수도 없다. 말 그대로 노숙자가 따로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허리케인이 올 때도, 폭풍우가 내려도, 거기다가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인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면 어김없이 전선이 끊겨 수천 가구가 전기 없이 며칠 동안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한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어찌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각종 자연재해는 자연의 막강한 힘 앞에 인간의 힘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이제 2월도 절반이 지나갔다. 입춘도 지나고 정월대보름도 지났지만 미국은 지금 이상기후 속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혹한과 폭설 때문에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 별다른 사고 없이 봄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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