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공공기관 민영화, 제 주인 찾아주는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2-17 08: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주인 없는 기업’ 인식개선 필요…수출시장 다변화·내수시장 키우는 쌍끌이 성장 기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성장의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를 발목잡는 규제들을 대폭 완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 확대하고 내수시장을 키우는 쌍끌이 균형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14일 아주경제와의 대담에서 박근혜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제대로 효율있게 국민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민영화를 피해갈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기업 개혁에 있어 논공행상격 낙하산 인사도 근절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복지공약 실행을 위한 예산과 관련해 "복지와 재정의 건전성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우선적으로 자활의지를 지원하는 생산적 복지여야 하고, 보편적 복지는 경계하고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 시절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놀라운 통찰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반등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카드사태 등 수많은 경제위기 소용돌이 때마다 맞서 싸웠던 경제 관료로 유명하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대해.

"공기업에서 ‘공’자는 공공성을, ‘기업’은 기업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공기업 문제는 오랜 시절 어느 정부에서나 강조해왔는데 왜 안 될까.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 놓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영역 중에서 민간에서 해도 되는 일이 많다. 제대로 효율있게 국민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민영화를 피해갈 수 없다. 공기업 자체적으로 효율적 경영을 담보 못한 곳이 많다.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공기업, 공공기관의 가장 큰 약점이다. 주인을 찾아야 경영혁신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노조가 책임 있는 경영주체 될 수 있나. 공기업, 공공기관 문제가 거론되면 가장 본질적 부분 놔두고 지엽적인 문제만 다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확보다. 물론 이 주장에 대해 ‘결국 대기업, 재벌 살찌우기 아니냐’는 반론이 따른다. 하지만 얼마든지 차단시킬 수 있다. 입찰할 때 대기업 몇 개까지 배제한다, 아니면 덩치가 크면 분사, 분할해서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해도 된다. 일본에서 그런 사례가 있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위해 어떤 전제를 둬야 할까?

"민영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는 대한항공이다. 정부가 대한항공을 민간으로 넘기지 않았다면 어떤 일 있었을까. 물론 아시아나와 경쟁 체제가 된 덕도 있었겠지만 지금 세계에서 한국 비행기 선호도가 높다. 수많은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를 경유하고 있다. 인삼공사, 포항제철, KT는 어떤가. 민영화해서 얼마나 발전했나. 업종, 규모, 구성원, 변수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민영화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원칙은 민간에게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대기업 독점 막으려다 해외기업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데?

"결국 선택의 문제다. 지난 경험 보면 대기업 독점 막으려다 보면 외국 기업 자본들이 들어온다. 더구나 투기자본이다. 골목상권도 외국기업들이 들어가고 있다 .현명하게 대처해가야한다. 어떤 선택으로 가도 각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간다면 '낙하산 막을 수 있나?'. 정권이 창출되는 과정에서 협조한 사람에게 혜택주는 건 어느 정도 있다. 미국도 있다. 그런데 대체로 논공행상을 베푸는 곳이 공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부분은 아니다."

-현 정부의 내수정책 평가를 한다면?

"지금 우리 경제를 보면 수출 의존도, 대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 수출과 수입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수출을 축소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에 걸 맞게 내수를 진작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를 위해 기업이 나서야 한다. 기업 투자 의지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새정부에서 매우 안타깝게도 경제민주화다 뭐다 해서 기업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복지 예산 조달을 위해 세무조사까지 하니 투자 의지가 약해졌다. 이 문제가 극복된다 해도 투자를 발목잡는 규제에 대해 대폭적인 완화가 필요하다. 기업보고 아무리 투자하라 해도 본질적으로 이익이 생겨야 투자한다. 서비스 산업 분야를 보면 내수를 일으켜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데 기득권에 의해 개방이 제지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것이다. 가계부채도 1000조원이 넘고, 공기업과 정부 부채도 엄청나다. 2000조원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가 안살아난다. 결국 성장밖에 없다. 저성장 늪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가, 수출시장을 다변화·확대하고 내수시장을 키우는 쌍끌이 균형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국제적 경제 불황에 환율 영향도 많이 받는다. 경제 환경 나쁠 때 우리가 어떤 정책을 펼수 있나.

"환율 문제는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리기업의 기술력이 정말 좋아졌다. 어려워도 할 만큼 했다. 수입이 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신흥국에서 좋은 평가 받고 펀더멘털도 타 신흥국과는 다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가교역할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시작되면 질서 있게 점진적으로 신흥국에 부작용 적게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국제공조가 필요할 때 신흥국을 이끌어가고 신흥국들이 선진국들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쓰면 국제사회에서 국력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외화 건전성 3종 세트란 장치가 있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외화 유출은 예상됐던 것이다. 자기 돈을 투자하고 맡길 만한 곳은 우리나라만한 곳이 없다.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우리에겐 수십년간 산업화 개발경험이 있다. 한국만큼 짧은 기간에 발전한 국가가 없다. 자금 지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 대국만큼 힘드니, 그 대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신흥국 협조하면서 선진국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것이다. 지구촌 하나로 묶여져 가고 있는데 선진국이라도 자꾸 자기주장만 할 수 없다. 신흥국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장기적으로 결국 이롭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가 그 역할을 하기에 가장 좋다.

-저성장시대에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는데 적절하다고 보는가.

"좋은 지적이다. 이에 당면하는 제1의 딜레마가 성장과 분배의 조화다. 복지와 재정의 건전성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복지예산 100조면 3분의 1에 육박하는데 그만큼 경제성장, 잠재력이 삭감될까 걱정된다. 이를 균형 있게 하려면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 자활의지를 지원하는 생산적 복지여야 한다. 소비하고 낭비하는 복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 복지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가면 낭비다. 보편적 복지는 경계해야 하며,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한다. 세 번째, 한 번 복지는 거둬들일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복지를 해야 한다. 뒷받침은 재원인데, 결국 국민 세금이다. 성장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결국 빚을 내야 한다."

-중국 수출이 절대적인 상황이 됐다. 유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

"중국도 내수를 늘려야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어떻게 뚫을 것이냐. 일단 한중 FTA 빨리 해야 한다. 농수산 시장 개방되면 우리 농수산업이 망하지 않을 것이다. 칠레 FTA 때도 그랬는데 실제 무슨 문제가 일어났나. 그리고 사실 지금 중국 농산물 다 들어오고 있다. FTA 협정 맺는 건 공식화만 할뿐인 것이다. 농업분야 공업화 전략 세우면 기회가 된다. 우리에겐 업그레이드 기회다. 중국도 우리 농산물이 더 우수하다고 여긴다. 상류층은 프리미엄 농산물 구매 많이 한다. 중국 기업들과 기술격차 클 때 FTA를 해서 공략해야 한다. 의료분야 잠재력이 가장 크다. 고등학생들 중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가는 곳이 의료분야다. 지구상에 사람이 살아있는 한 건강은 기본이다. 중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는가. 지금도 중국서 의료 관광 많이 온다. 교육시장도 그렇다. 우리 교육시장도 개방하면 중국, 동남아에서 얼마나 많은 수요가 생기고, 수출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보건의료 산업화해서 우수한 인력이 투입되면 세계적으로 키워 제2의 삼성, 현대 만들 수 있다.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목 잡혀 한 치도 못나가고 있다. 이래서 반도체산업이 의료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겠나. 이 부분 태국이 가장 잘하고 있다. 작년에 160만 관광객 유치했다. 우리는 15만 정도 관광객이 들어왔을 거다. 우리는 고작 ‘2~3만명 늘어갈 것이다’ 하는데 참 화가 많이 난다. 민간에게 맡겼으면 ‘20~30만’이 됐을 것이다.

-국민들이 너무 힘들다.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은?

"일자리 부족 해결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청년 고용률이 39.7%로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졌다. 현 정부가 실업률이 아닌 고용률을 제고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결국 일자리는 성장이 만든다. 고용한 만큼 부가가치가 창출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이야기 한다. 고용이 늘어나면 성장할 것이라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이제는 품질로 경쟁해서 부가가치를 이뤄야 세금과 사회기여로 가게 된다. 교육문제도 연결된다. 대학생을 너무 많이 양산한다. 대학 졸업자가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더 많다. 고급일자리가 기능직보다 많을 수 있나. 피라미드가 아니라 역 피라미드가 되어가고 있다. 일자리 문제가 이렇게 연결이 된다. 계속 문제제기해야 부분적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우리 역사도 그렇게 이어져 왔다. 낙관할 수 없지만 우리 민족은 저력이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돌파하는 능력이 있다. 낙관하지도 않지만 비관할 필요도 없다."

대담=양규현 정치경제부 부국장
정리=한병규 기자 bk23@ /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