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곤충’으로 ‘문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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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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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보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농업연구사

이영보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박사

'사회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신념·행위의 총체.' 이는 사전에 쓰여 있는 '문화'의 의미다.

문화의 정의에 대해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는 "문화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했다. 그 이후 미국의 인류학자 화이트는 "문화의 개념에서 문화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해석하는가"의 중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대세다. 한류는 1999년 한국 대중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식화시킨 이후 일본과 중국, 동남아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을 거쳐 남미와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K팝은 물론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이러한 한류의 기본 바탕에 대해서 월드 코리안의 김정남 고문은 "한민족의 고귀한 정신, 곧 홍인인간의 정신과 한민족의 우수한 문화적 자질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리 문화에 이제 곤충도 빠질 수 없는 문화적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97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라바'를 들 수 있다. '라바'는 '옐로우'와 '레드'라고 하는 두 마리의 나비 애벌레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사람들을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미 곤충은 우리 역사와 더불어 문학과 언어, 음악과 무대예술, 회화나 조각, 공예품과 종교, 민속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돼 왔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불교의식의 하나인 나비춤, 일명 '접무'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오천원 신권의 뒷면에도 곤충이 등장한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 중 나비와 메뚜기, 여치가 그것이다.

딱정벌레의 한 종으로 크고 화려한 비단벌레는 신라시대 때 왕과 왕족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남성들의 말안장과 가리개에, 여성들의 장신구로 활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 화려함은 현대에도 변함없어 2012년 예천 '곤충 바이오엑스포' 전시장에서 약 13만마리의 수입 비단벌레가 전시공간 장식에 이용된 바 있다.

이처럼 곤충들이 인간의 문학, 언어, 예술, 종교,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문화활동에 이용되고 있다. 인간생활에 관련된 곤충들을 총칭해 호그(Hogue·1987)는 '문화곤충학'이라고 한다. 문화곤충학과 관련된 곤충을 통칭해 '문화곤충'이라고도 한다.

최근 정부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농촌진흥청은 곤충생태학교와 곤충과 함께하는 어린이날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자체마다 큰 규모의 곤충 관련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함평 나비축제, 무주 반딧불이 축제, 예천 곤충바이오엑스포, 산청엑스포 한국곤충산업홍보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흐름으로 봤을 때, 곤충을 이용한 생태관광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5월, 인류를 위해 일생을 다하지 못하고 희생된 누에의 영혼을 달래주고, 잠업 관련 연구와 양잠농가의 풍잠을 기원하는 '풍잠기원제' 또한 곤충이 우리 문화에 영향을 끼쳐 만들어진 전통의례로 볼 수 있다.

과거 해충으로만 인식되던 곤충이 시·소설·전설과 같은 문학에서는 물론이고 음악, 회화나 조각, 공예품 등의 예술 전반에서 이용되고 있다. 나아가 만화나 광고, 생태관광과 기호식품, 그리고 친근한 장식품과 상징성이나 이미지를 살려 만든 문화 콘텐츠로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앞으로 애니메이션 '라바'처럼 국내 곤충과 그 곤충을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를 이용해 또 다른 한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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