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매년 2~3월은 연극계에서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는 이른바 비수기다. 비수기를 피하고 싶은 제작사와 비수기도 피할 수 없는 극장들의 보이지 않는 밀당이 벌어지는 일명 업계 불문율이 횡행한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사상 초유의 연극 전쟁이 예고되고있다. 국내 최대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는 쏟아져 나오는 연극 덕분에 기획전을 마련할 정도다.
공연계는 최근 국내 연극계가 로맨틱 코미디와 일부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공연들로 양분화되는 시장 구조 안에서 꾸준히 작품성 있는 공연에 목말라하는 연극 팬들을 겨냥한 틈새 시장의 적극적인 행보라고 분석했다.
3월 비수기를 점령한 작품은
◆2012 최고의 화제작
오는 3월 8일부터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국내 초연 당시, 5주간의 짧은 공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마니아 관객을 생성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며 초연 이후, 관객들의 끊임없는 앵콜 요청을 받아왔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 작품이다.
◆칠레 군부독재에 사라진 사람들, 연극 <과부들>
극단 백수광부의 <과부들>이 3월 14일부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칠레 출신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과부들>은 고문으로 인해 살해된 남자들이 부패한 상태로 강으로 떠내려오자 과부들이 하나 둘 모여 사로 자기 남편이라고 우긴다. 독재정권으로 행복을 잃은 사람들의 애환과 죽음보다 못한 삶을 그린다. 2012년 ‘동아연극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연극계 주요 상을 휩쓸었다.
◆소박한 맛이 아름다운 연극 <나와 할아버지>
4월 20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의 연출이 실제 자신과 할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혈기 왕성한 공연대본작가 준희가 작품의 소재를 찾던 중 자신의 할아버지를 관찰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쟁 통에 헤어진 할아버지의 옛사랑을 찾는데 동행하게 된 준희의 눈을 통해 바라본 할아버지의 삶이 마치 한편의 수필처럼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어진다.
◆날선 위트의 블랙코미디 <유쾌한 하녀 마리사>
3월 6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재공연된다. 지난 2012년 1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제2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선정, 초연 무대를 선보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소설가 천명관의 첫 희곡으로 기발함과 유쾌한 해프닝이 돋보인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좌절한 요한나의 자살시도가 하녀 마리사의 유쾌한 실수로 인해 일순간 살인사건으로 둔갑하게 되는 일련의 해프닝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
2010년 <연극열전3> 첫 번째 작품으로 공연된 이후 4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연극 <에쿠우스>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가 8마리 말의 눈을 찌른 소년 앨런의 비밀을 캐내는 과정을 그린다. 문명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인류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 <에쿠우스>는 3월 14일부터 5월 17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가장 강렬한 셰익스피어와의 만남 <맥베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이해 국립극단은 ‘450년만의 3색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세익스피어의 3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 첫 번째 작품 연극 <맥베스>는 오는 3월 8일부터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2014년 국립극단의 맥베스는 인간의 심리를 가장 날카롭게 표현하며 현대인의 무의식과 욕망을 투영해 작품의 현대성을 극대화시킨다.
◆관객을 향한 거침없는 모독 <관객모독>
극단 76의 레퍼토리 연극 <관객모독>이 3월 7일부터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5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관객모독>은 극작가 ‘피터 한트케’의 대표작으로 1978년 국내 초연되며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객석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붓고 공연 마지막에는 객석에 물세례를 퍼붓는 것은 <관객모독>의 하이라이트다.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의 귀환 <환도열차>
예술의전당은 3월 14일부터 4월 6일까지 연극 <환도열차>를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여기가 집이다>로 제6회 대한민국 연극상 대상을 수상하고 연극평론가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되면서 2014 대세로 급부상한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의 신작이다. 전쟁이 끝난 후 환도열차에 탑승한 이들이 만들고자 했던 서울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 어떻게 다른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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