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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패션 시크릿] 패션문화도 교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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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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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패션에는 삶이 있습니다. 재미와 웃음, 감동이 있고 성공과 실패도 있습니다. 패션 시장은 치열합니다. 매 시즌마다 수많은 브랜드와 신제품이 쏟아집니다. 업체도 많고 제품도 많다보니 정보 수집부터 출시까지 유통 전 과정에서 전쟁을 방불케하는 경쟁이 펼쳐집니다. 패션 업계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를 이 코너를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김형철 패션 디자이너는 1991년 에스모드(ESMOD) 서울을 졸업한 이후, 이림 스타일, 오리지날 리, 이신우 옴므, DOME 등의 디자이너로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남성복 BOYO 대표를 거쳐 현재 신장경 트랜스모드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김형철



패션이란 문화다. 패션이란 단어는 외국어다. 굳이 한국말로 해석 하면 유행, 복식 이란 단어들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무심결에 패션이란 단어를 말하고 사용한다. 그냥 한국어처럼 되어버린 외국어다. 그 만큼 패션은 서양문화라는 말이다. 그러나 명확하게 볼 때, 패션은 한국 화된 외국의 복식 문화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한편으론 대한민국이 만약 선진국이 되었다면 아마도, 외국 사람들은 우리의 한복을 사다가 연구해야 될 것이다. 웃자고 얘기하면, 그들이 지금쯤 몸빼 바지의 편안함에 감탄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유니클로 매장에서 몸빼 바지가 베스트 롱런 아이템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필자가 패션에 입문 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 섬유수출 1위란 기사가 자주 나왔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쯤이라면 우리나라는 패션문화의 선진국이 되어 있어야 되는 건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사실 패션 문화의 선진화는 정부와 유통 패션 종사자 국민의 문화수준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문화 인프라가 필요하다. 국내 많은 연예인들이 딴따라라고 무시당하면서 한류라는 거대한 문화 콘텐츠를 개척해냈다. 여기에는 방송, 제작, 작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노고가 포함돼있다. 그 분들의 노력으로 세계에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한류’로 인해 이제 한식 같은 한국의 다른 문화들도 조명 받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패션계에도 세계적인 디자이너나 명품 브랜드가 나와야 될 때라 생각 된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패션을 사치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많다. 된장남 된장녀들 때문인가?

필자는 25년 넘게 패션디자이너로 일을 일해 와서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생활수준이 보인다. 성격, 직업, 공주병인지 결벽증인지. 된장남 된장녀가 명품을 걸쳤다고 생활수준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그냥 옷만 튄다. 어떻게 입어야 옷을 잘 입는 지란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이렇게 얘기한다. 옷이란 입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거라고, 입는 사람을 가리거나 튀게 하는 게 아니라고. 그러나 우리 주위를 한번 살펴보자, 지하철에서 등산바지가 생활 복처럼 되신 분, 슬리퍼 신고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길 밀집된 승객들 사이에 서서 기초 메이크업부터 아이라인에 속눈썹 까지 올리면서 30분 동안 화장하면서 가시는 여성분들, 한국 복식으로 표현하면 갓 쓰고 색동저고리에 몸빼 입고 짚신 신는 격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떠오른다.

패션문화에도 교양이 필요하다. 그 문화가 고급 이건 저급 이건. 옷 안쪽의 안감에 최소 세로 1센티 가로 3~4센티 정도의 라벨이 달린다. 그 안에 디자이너들은 자기의 모든 걸 건다. 본인의 상상력과 연구결과, 철학, 인격, 노하우를 넣는다. 그 라벨은 몇 만원의 가치가 되기도 하고, 몇 백만 원 이상의 가치가 되기도 한다. 저렴하든 고가이던 그러한 라벨의 옷들을 많이 팔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학적인 값어치를 떠나 그 라벨에는 사람들이 그 옷을 입고 문화의 격에 맞는 진정한 멋을 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디자이너들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 이제 한국에도 진정한 패션문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내면과 외면이 다르지 않는 엣지있는 패션브랜드, 멋쟁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패션디자이너 김형철. ok775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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