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1)] 중국 경제의 현주소… ‘세계의 공장’ 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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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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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용민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9세기 중반, 영국으로부터 대량의 아편이 수입돼 청나라에 아편쟁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1839년 광둥성(廣東) 둥관(東莞) 후먼(虎門) 백사장에서는 영국 상인들에게서 몰수한 아편 2만여 상자가 불태워졌다. '아편전쟁' 발발의 원인이 된 이른 바 임칙서의 '호문소연(虎門銷煙 호문에서 아편을 소각한다)'이다.

◆ ‘성매매와의 전쟁’ 선포

175년 후인 현재 둥관에서 중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대적인 '악마' 소탕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아편이 아니라 매춘이다. 매춘은 아편, 도박과 함께 중국인이 꼽는 3대 악마 중 하나다.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가 “아편을 소탕하듯 매춘을 소탕하라”며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2월 10일부터 사흘간 6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 ‘성(性)의 도시’ 둥관시 1만8000여곳의 유흥업소와 사우나, 안마시술소, 호텔 등에 대한 성매매 단속을 벌여 121명을 구속하고 364명을 구류 처분했다.

둥관이‘환락의 도시’로 전락한 배경에는 ‘세계의 공장’인 둥관의 경제 산업 발전 구조조정 과정의 ‘성장통’이 내재돼있다.

◆ ‘세계의 공장’에서 ‘性의 도시’로

중국 ‘개혁개방 1번지’ 광저우(廣州)와 선전(深圳)을 양 옆으로 끼고 있는 둥관은 1980년대 이후 중국 개혁개방의 첨병 역할을 했다. 1980년대 외자를 유치해 저가 노동력과 수출에 기대어 지역 발전을 이룬 `둥관 모델`은 중국 제조업 발전의 상징이 됐다.

듀퐁, 필립스, 삼성, 히타치, 신일본제철, 소니, 노키아, IBM 등 글로벌 전자 IT 기업들이 이곳에 공장과 회사를 세웠다. 둥관에서 선전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막히면 전 세계 컴퓨터산업 70%가 마비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만큼 둥관은 세계 제1의 컴퓨터 부품산업 생산지이자 피혁, 봉제완구, 가구 분야에서도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해왔다. 개혁개방 이래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8년까지 둥관시 GDP는 매년 평균 18%씩 성장하며 ‘황금기’를 누렸다. 2006년 제조기업 수만 2만5000여개에 달해 노동인구가 한때 1000만명까지 달했다. 이중 5분의 4는 타지에서 유입된 유동인구로 둥관은 중국 전역의 노동자들을 블랙홀처럼 빠르게 흡수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업하러 오는 대만, 홍콩 기업인과 돈 벌러 온 타지 노동자들이 둥관으로 몰려들면서 매춘업이 자연스럽게 성행하며 둥관은 ‘남성들의 천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둥관식서비스(莞式服務)'라는 말은 불법 성매매의 상징으로 통용됐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 원자재값 고공행진, 위안화 환율 등 문제로 상처는 안으로 곪기 시작했고 결국 2008년말 금융위기 발발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로 대외 수출 경기까지 위축되면서 결국 밖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 2009년 1분기 둥관시는 수출증가율 -31.5%, 경제성장률 -2.5% 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내놓았다.

해외주문이 줄면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문닫는 기업이 늘어나고 외국기업들의 ‘엑소더스(이탈)’로 이어졌다. 한국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1년 둥관에 입주해있던 한국의 유명 완구업체 소예가 파산해 근로자들의 임금 요구 시위가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둥관발 기업 줄도산으로 한 해에만 160만명이 실직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일자리를 잃은 여공들은 성매매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갔다.

둥관의 외자 유치액은 20008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줄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유치한 외자는 제조업이 아닌 호텔업에 집중됐다. 호텔업 투자 총액만 대략 300억 위안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문닫은 공장의 빈자리에는 호텔이 들어섰다. 둥관은 베이징, 상하이 다음으로 많은 수의 호텔을 자랑하는 도시가 됐다. 대신 둥관시 호텔들은 투숙업이 아닌 매춘이나 유흥업에 기대 수익을 창출했다.

현재 둥관시 유흥업 종사 여성 수는 30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은 액세서리ㆍ화장품ㆍ성기능용품ㆍ호텔 등 관련 산업 발전의 커다란 기여를 했다. 중국 둥관시 전체 유흥업 관련 산업은 한때 500억 위안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둥관시 전체 지역 GDP의 7분의 1을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매춘과의 전쟁으로 둥관시 지역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 구조조정의 축소판

현재 둥관시는 중국 당국의 질적 경제 성장 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낙후기업을 과감히 퇴출하는 대신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기업, 현대서비스산업 유치를 위한 산업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지방 양회에서 둥관시는 올해 GDP 성장률 9% 달성을 목표로 선진제조업과 하이테크 산업 비중도 전체 제조업의 45%, 35%까지 늘리고, 서비스업의 전체 지역 GDP 기여도를 53%까지 늘리며, 특히 현대서비스업 비중을 전체 서비스업의 58.7%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01년 설립돼 2010년 국가급 하이테크산업단지로 승격한 72㎢ 면적의 쑹산후(松山湖) 과학산업공원은 바로 고부가 가치의 하이테크 도시로의 발전을 꾀하는 둥관의 미래다. 차세대 첨단정보기술산업, 바이오, 문화창작 및 금융서비스 등 4대 산업과 컴퓨터,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등 전략성 신흥산업 등과 관련된 업체들이 유치 대상이다. 중국 최대이자 세계 3대 네트워크 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를 비롯해 중국무선테크놀러지, 암페렉스(Amperex) 테크놀로지, 셀레스티카 테크놀로지(天弘) 등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둥관시에 ‘중국판 물랑루즈’로 만들어 현지 관광산업을 적극 발전시키자는 의견도 나온다. 프랑스 파리의 물랑루즈 인근 사창가를 예술적 관광지로 변모시킨 것을 벤치마킹 하자는 것. 또 둥관식 서비스를 성매매 서비스를 지칭하는 말이 아닌, 친절한 식당 종업원과 성실한 공장 노동자를 연상시키는 말로 탈바꿈시키는 등의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세계의 공장' 둥관은 성장의 갈림길에 놓인 중국 경제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둥관이 구조조정의 뼈아픈 성장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성장모델을 모색할 수 있을 지 전 세계는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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