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헌래 카페외할머니 대표 "노인 일자리 제공하는 사업 모델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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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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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부평) = 커피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진 가운데 여전히 커피 바리스타는 젊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실버 카페를 가보면 노인들은 서빙만을 담당할 뿐, 커피를 만드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인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같은 선입견을 깨고 노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는 동시에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마을기업이 있어 찾아갔다.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카페외할머니의 매장 한 쪽 구석에서는 진한 커피 향을 내뿜으며 원두를 볶는 기계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반대편 카운터에는 이색적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백발의 노인 한 분이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는 것.

이같은 사회적기업 모델을 생각한 것은 등불감리교회 담임 목사인 김헌래 카페외할머니 대표다. 그는 평소 교회 목사와 커피가게 사장으로 1인2역을 하고 있었다.

김헌래 대표가 카페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바로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다.

"이곳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할머니 한 분이 구청에서 진행한 노인 일자리 교육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했어요. 연세가 68세였는데 60대 초반에 밀려 일자리를 얻지 못한 거예요. 원래 교육을 마치면 바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말이죠. 속상하다며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그렇다면 제가 직접 카페를 차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고 처음 사업을 시작했죠."

김 대표와 커피와의 인연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대신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을 당시 로스팅부터 커피추출까지 관련 기술을 익혔다. 이 교회는 산업재해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 교회가 운영하던 카페에 아내가 일을 도왔는데 그렇게 자주 방문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커피 기술을 익혔어요. 원두를 볶는 로스팅부터 에스프레소 추출, 우유거품 내기, 핸드드립 등을 배웠죠. 학원에서 배우려면 많은 돈이 드는 과정인데 운이 좋게 공짜로 배운 거죠."

이 때의 경험으로 김 대표는 노인들을 위한 카페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다.

◆ "20년만에 첫 출근 할머니들 설레해"

김 대표도 처음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잘 따라올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고 한다. 노인들 입장에서 커피 문화가 생소한 데다 용어와 레시피도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을 시작하면 할머니에게 원두커피를 드렸더니 맛이 없다며 안 먹겠다는 거예요. 다음날 300개 들이 커피 믹스 한 박스를 사 오시더니 그걸 타 마시겠다고 하니 당황했죠. 이렇게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분들에게 교육을 진행하려니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처음 걱정과 달리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교육을 잘 따라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달간 교육을 통해 할머니·할아버지 바리스타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에스프레소·카페라떼 등 이름이 생소하고 음료를 만드는 레시피도 어려웠죠. 게다가 커피 성질도 알아야 하는데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계속 교육을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잘 하시는 거예요. 지금은 젊은 바리스타를 못지않게 에스프레소도 잘 내리고 우유 거품도 잘 내세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카페외할머니가 탄생하게 됐다.

"여기서 일하는 노인들 모두 70세가 넘은 어른들이예요. 처음 오픈했을 때 정년퇴직 이후 20여년 만에 출근을 한다고 하니 다들 설레 하는 거예요.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아직 일할 수 있다며 너무 좋아하셨어요. 이렇게 일을 하니까 자신감들도 되찾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해요."

그는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들의 수요가 많은 것과 비교해 일자리 공급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신문과 방송 등에 수 십 차례 가게가 소개됐는데 그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하지만 매장은 하나 밖에 없는데 그 분들 모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불가능하죠. 지금은 찾아 오시면 바리스타 교육을 해주는 게 전부에요."

때문에 김 대표는 향후 분점은 내는 것이 목표로 삼고 있다. 더 많은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다.

"적은 돈을 갖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희망을 봤습니다. 앞으로 체인점 형태로 발전시켜 더 많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노인들의 경우 보통 한 달에 60만원 정도면 생활이 가능하거든요. 더 많은 점포를 열어 노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대기업 지원 통해 중소기업이 일자리 만드는 구조 바람직"

그는 대기업과 골목상권간 상생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대기업들이 지원해주는 돈이 그들에게는 얼마 안 될지 몰라도 영세상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기업들에게 바라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게 뭔가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잘 먹고사는 토대를 만들어 주길 바라는 거죠."

이어 "점점 고용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산업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큼니다. 대기업이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영세기업을 지원해 이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최근 카페외할머니에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한화B&B가 진행한 골목카페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이에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 김 대표는 이 돈을 이동식 카페 차량을 마련하는 데 사용했다. 지난달 중고 차량을 구입했고 현재 이동 카페 시설 설비를 위해 업체에 맡겨 논 상황이다.

"매장이 대로변에 있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많아요.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한화B&B에서 골목카페 지원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렇게 지원했는데 운 좋게 선정됐습니다. 이동 카페 차량을 마련하면 매출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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