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의 70%(716명)가 창조 인재 채용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현행 교육시스템은 창조 인재 육성에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40%(309명)로, ‘부족하다’는 응답 13.7%(140명)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많았다.
전경련이 같은 해 8월에 역시 같은 수의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이공계 채용의 어려움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7%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전경련은 예비 공학박사 155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진로를 설문했더니 37%만이 기업 취업을 선택했고, 창업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53%는 학문적 성과를 위한 대학행(53%)을 꼽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창조 인재라면 제한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선발하고 싶지만,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창조 인재를 키워내는 역량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필요한 인재를 찾아 뽑고 싶지만, 낙점받은 인재들은 대학에 남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재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 벌어지고 있는 커다란 불일치점을 극복해야 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해결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삼성의 총장추천제와 관련해 대학들은 삼성이 대학의 본질을 무시한 채 취업알선소 정도로 낮춰본 것이며, 대학을 학원화하고 기업 취업을 위한 단계라고 보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대학의 최우선 목적은 학문 탐구이어야 하며, 그에 걸맞은 학문적 성과를 내야 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하는 모든 이들이 학문에만 매달릴 수 없다. 대학이 필요로 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인재 또한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배운 학업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보내는 일도 중요하다. 이들이 사회에서 얻은 성과는 대학의 업적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기업과 대학들은 산학협력이라는 주제로 연구소를 건설하고, 특성학과를 개설하며,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총장추천제 반대를 외친 이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러한 기업과 대학의 협력 활동도 기업이 대학을 학원화하는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례도 당장 중단 또는 철폐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뛰는 구직자들은 총장 추천장은 말 그대로 ‘추천해주면 좋고, 없어도 되는’ 종이 한 장에 불과했다. 구직자들은 스스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구직자들에게 얻은 내용을 살펴보면 삼성보다 대학, 총장, 교수가 추천장을 학생들에게 휘두르려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더 우려했다. 삼성이 소통을 제대로 못 했다며 열을 올린 대학과 교육계가 정작 학생들의 마음도 잡지 못한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 대학들이 포기한 덕분에 해외 유수의 대학들의 삼성 입사의 문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해외의 유수 대학들은 자신들이 키워낸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입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들은 총장과 교수들이 직접 나서 삼성에 문을 두드린다.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서열화 논란에 빠진 국내 대학들은 얻은 권리를 스스로 차버린 격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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