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던 게임광, KAIST 박사 받고 나사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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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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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AST 최초 게임 박사학위 박태우씨

박태우 박사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게임에 몰두하던 게임광이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나사(NASA)에 입사해 화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고등학교 시절 게임에 빠졌고 재수 후 KAIST에 입학한 뒤에도 학업과 연구가 부진했던 박태우(32) 전산학과 학생이 KAIST 최초로 게임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일반고를 졸업하고 2002년 KAIST에 입학한 박 씨는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2006년 같은 과 대학원에 간신히 진학했다.

7살 때부터 게임을 했다는 박 씨는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해 대부분 2년 만에 마치는 석사과정을 2년 반이 돼서야 수료했다.

박씨는 박사과정에서도 초기부터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이를 지켜보던 송준화 지도교수는 박 씨가 게임제작 동아리 하제 회장을 지내면서 모바일 퍼즐 게임을 제작하고 상용화하는 등 직접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에 주목했다.

주로 기초분야 연구를 수행하는 KAIST 대학원의 특성상 게임을 좋아하고 산만한 박 씨는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었만 송 교수는 박 씨의 장점을 살려 게임 플랫폼 및 콘텐츠를 개발해 보라고 조언했다.

전산학에서 게임 개발만으로는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위에서는 대부분 우려하면서 만류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박 씨는 전통적인 게임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일상생활과 게임을 접목한 차세대 장르의 게임에 대해 고민했다.

게임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은 박씨는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었다.

박 씨는 일상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게임에 관심이 많은 동료 및 선후배 학생들과 헬스장, 수영장, 어린이집, 공원 등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토론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과 토론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경험이 이후 연구 진행에 큰 밑거름이 됐다.

헬스장에서 런닝 머신처럼 혼자 하는 운동은 지루하기 때문에 중도에 그만두는 행태를 관찰하고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기면서 운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런닝 머신이 사람이 달리는 속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두 명이 달리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는 오리배 게임 플랫폼을 개발해 온라인상에 있는 친구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헬스장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이 게임을 하면서 운동할 수 있고, 세계 헬스장 달리기 대회도 가능하다.

박 씨는 수영 영법을 이용한 격투기 게임, 대열에서 이탈하는 어린이를 찾아주는 참새 짹짹 앱, 훌라후프·자전거·줄넘기를 이용한 운동게임 플랫폼, 사용자의 평소 생활 패턴을 활용한 아바타 게임 등 많은 차세대 운동 게임과 생활 밀착형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다.

이들 결과물과 논문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 학회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우수 논문, 시연상을 다수 수상하기도 했다.

송준화 교수는 “게임개발 만으로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례는 없지만 남의 연구를 따라하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정말 필요한 게임을 만들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용기를 줘다”며 “초기에 연구에 잘 적응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학생의 특기를 잘 살려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태우 씨는 “인생의 흑역사에는 대부분 게임과 함께 있었고, 끊으려 노력했지만 마약과 같이 중독성이 있었다”며 “진지하게 연구에 뛰어들 수 있도록 격려해준 지도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인간생활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21일 KAIST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는 6월부터 미국 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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