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남 500m 2차에서 모태범(왼쪽)과 같은 조를 이루어 금메달을 딴 미첼 뮐데르(네덜란드) [사진출처=SBS 소치올림픽 중계 방송 영상 캡처]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새벽은 첫 메달을 기대했던 한국에게는 뼈아픈 날이었다. 지난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는 모태범(25)이 같은 종목에서 메달 사냥에 나섰지만 0.23초차로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 네덜란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아쉬운 4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금메달을 딴 미첼 뮐데르(왼쪽)와 동메달을 딴 로날드 뮐데르 형제 [사진출처=MBC 소치올림픽 중계 방송 영상 캡처]
당시 금메달을 딴 선수의 이름은 미첼 뮐데르(69초312), 동메달 선수의 이름은 로날드 뮐데르(69초46)였는데 두 사람은 형제다. 쌍둥이인 두 선수는 1984년 사라예보 대회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에서 금, 은메달을 가져간 미국의 필-스티브 메르 형제 이후 30년 만에 '쌍둥이 메달'을 일궈냈다.
루지 남자 2인승 동메달 형인 유리스 식스(왼쪽), 동생 안드리스 식스 [사진출처=SBS 소치올림픽 중계 방송영상 캡처]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유달리 형제‧자매 선수들의 선전이 빛나고 있다. 13일 라트비아의 유리스(31), 안드리스 식스(29) 형제는 루지 2인승 경기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형 유리스가 2011년 쇄골, 골반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되는 대형교통사고를 당한 후 동생과 함께 극적인 재활에 성공, 다시 올림픽 무대에 도전해 얻은 쾌거였다. ‘형제의 힘’을 새삼 보여 준 순간이었다.
모굴스키에서 자매가 금은 석권. 언니인 클로에 뒤푸르 라푸앙(왼쪽), 금메달을 딴 동생 쥐스틴 뒤푸르 라푸앙(가운데) ,동메달 한나 커니[사진출처=SBS 소치동계올림픽 중계 방송 영상 캡처]
뿐만이 아니다. 대회시작 2일째였던 지난 9일 여자 모굴스키 프리스타일 결승에는 캐나다의 쥐스틴 뒤푸르-라푸앙(20)과 클로에 뒤푸르-라푸앙(23) 자매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석권했다. 결선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함께 참가했던 맏언니 막심(25)까지 메달을 땄더라면 세자매 모두 시상식에 오르는 역사적 순간을 볼 수도 있었다.
캐나다의 아믈랭 형제. 형인 샤를(위),동생 프랑수아 .[사진출처=SBS 소치방송영상, 소치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캡처]
동반 출전했지만 한쪽만 메달을 딴 경우도 있다. 샤를(30)과 프랑수아 아믈랭(28)형제는 쇼트트랙 종목에 함께 출전했다. 하지만 형 샤를만이 한국선수들을 울리며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동생은 메달 획득에 실패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쇼트트랙 가족인 박승주(오른쪽), 승희(왼쪽), 세영(가운데) 세남매[사진출처=대한체육회 공식 트위터]
박승주(23), 승희(21), 세영(20) 세 남매에게는 아직 메달 획득의 기회가 남아 있다. 둘째 박승희는 여자 쇼트트랙 500m 동메달에 이어 3000m 계주에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우리나라에 메달을 2개나 안겼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000m에 나섰던 맏이 승주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막내 세영은 22일 열리는 쇼트트랙 500m에서 메달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남매지만 국적을 다르게 출전한 누나인 에이미 시한(왼쪽)과 남동생 린던 시한 [사진출처=소치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캡처]
특이한 경우도 있다. 에이미(28), 린던 시한(26) 남매는 각기 다른 국적을 달고 대회에 나섰다. 두 남매는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뉴질랜드에서 자라 국적을 선택할 수 있었다. 누나 에이미는 호주, 동생 린던은 뉴질랜드를 고국으로 삼아 둘 다 스키 하프파이프 종목에 출전했다.
이외에도 아이스하키 종목에는 스웨덴 대표팀을 비롯해 9쌍의 형제 선수들이 출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역대 최대인 230명의 선수를 파견한 미국 선수단에도 형제·자매 선수 7쌍이 소치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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