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인재의 확보는 특히 중요하다. 과거 “What to Do?” 시대에서 “How to do?”를 넘어 “Who to do?”시대가 되었다.세상은 프로세스로 이뤄져 있으며 각 프로세스에는 많은 사람이 걸려 있다.
나는 물론 내 앞사람, 내 뒷사람 모두 존경 받기 원하고 꿈을 이루길 원한다. 따라서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결국 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잘 돌아간다.
모든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많은 사람의 협력과 시너지를 통해 목표를 이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내가 남을 도와줘야 한다. 생각만하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은 융합·복합·시너지의 시대다.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의 시대다. 지난 2003년 전 세계 연구소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정한 것이 앞으로는 “이 세상에 없는 것 개발하거나, 5~6배 성능이 개선되며, 값이 싸져도 절반으로 뚝 떨어진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기술을 합치는 융합력과 기술을 고객가치 및 존경에 연결시키는 마케팅 능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공이 나오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이런 시대에서 생존을 걸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혁신의 원동력은 기술과 아이디어이며, 이를 창조하는 것이 사람이다.
나는 이공계니까 인문계를 모른다는 식은 안 된다. 미국 대학의 경우 전공이 없다. 교수들이 바빠지긴 했지만 기술이 이토록 빨리 변화하고, 한 사람이 향후 40~50년간 인생을 살아가게 될 텐데 한정된 부분만 가르쳐 내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쳐서 내보내야 하니 미국 대학들은 학생들의 적성을 찾아 다른 분야까지 배우게 하고, 상담과 토론을 통해 적성 분야를 찾아주는 등 개방형으로 공부한다.
기술을 융합하려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대신 자기 자신이 잘 아는 깊이 있는 전공 분야는 있어야 한다. 내가 잘하는 게 있어야 남들이 끼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아는 사람은 시장을 배우고, 시장을 아는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 개론 정도로 아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교류하고 공부해야 한다.
어느 분야에서 챙기기보다는 리더가 되어서 큰 꿈을 이루며 일하려는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일하는 환경이 소풍(농경시대 및 산업화 시대)을 가는 때라면, 도시락을 잃어버려도 된다. 매장에서 사오면 되니까.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경영환경은 에베레스트를 올라가거나 남극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폭풍이 불어 닥치는데 전진할지, 후퇴를 할지, 그 자리에서 텐트를 칠지를 잘못 결정하면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금은 소풍과 같은 환경이 아니다. 극한과 극한을 달리기 때문에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회사마다 사람, 리더를 뽑고 양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삼성은 총장추천제를 골자로 한 채용제도 개편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인재가 바로 위와 같은 소양을 갖춘 ‘숨은 진주’들이었다. 이에 출신학교는 완전 배제하고 평상시 본인이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위해 얼마나 준비를 했는가, 예를 들어 마케팅 지원자의 경우 평소 대학생활을 얼마나 잘해 왔는지, 마케팅 관련 과목 수강여부, 성적, 관련 동아리 활동, 관련 경진대회 참가 여부 등 서류를 통해 본인의 직무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키로 했다. 자격증, 해외연수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도 보지 않기로 했다. 평상시 회사와 직무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발굴될 수 있도록 서류전형을 하겠다는 것 이었다. 개방형 사고를 갖춘, 바로 그 사람들을 찾기 위해 겉으로 드러난 ‘화장’과 ‘장식’을 벗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지역권, 교수 등 이권을 지키고 싶은 이해관계자들이 창의력을 갖춘 인재 등용의 길을 막아버렸다.
무엇보다 이들은 삼성이 자사에 맞춘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권리’(RIGHT)를 삼성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인재를 쓸어가려고 한다는 ‘쏠림’(gright)으로 왜곡시켰다.
이로 인해 자신의 제자, 지역 출신 우수한 능력을 가진 청년,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들은 또 다시 자신의 특기를 발전시켜야 할 시기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라는 기존 제도의 틀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취업 전선에 나선 구직자들은 총장추천제 사태를 통해, “한국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때법 사회’는 극복하기 힘든다는 사실을 재확인 했다.
대학 교수들도 삼성의 인사혁신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벤치마킹 대상이 됐으며, 한국사회 전반의 비효율 제거와 성과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이를 더욱 더 혁신해 나갈 수 있도록 삼성,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는 기업의 인재채용은 기업이 스스로 결정토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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