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211 보조금 대란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SK텔레콤의 직영매장을 찾았다.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 3명이 모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내 직영점 직원은 빨개진 눈으로 “무엇을 찾으시냐”고 물어왔다. 대답대신 요새 손님이 별로 없냐고 묻자 “최근에 보조금이 대폭 풀린 이후로 다들 온라인으로 몰려 우리 같은 매장들은 손님이 뚝 끊겼다”며 “고객님이 오늘 첫 방문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간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날 둘러본 서울 및 경기지역의 다른 휴대폰 매장 모습들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처럼 211 보조금 대란의 영향으로 일선 휴대폰 매장의 손님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이 줄어든 만큼 판매점들의 불만은 높아져 있었다. 서울 시내 LG유플러스 직영점 관계자는 “보조금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풀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우리 같은 매장은 죽을 맛”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은 보조금이 깜짝 등장했다가 이내 흔적을 지울 수 있어 주로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을 벗어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이 들어선 범계역 인근 휴대폰 매장은 가득한 직원들과 달리 고객들이 보이지 않아 방문이 망설여질 정도였다. 매장 직원은 “보조금 얘기는 말도 말라”며 “문의가 많아 우리도 최대한 보조금을 끌어오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평촌에서 차로 40여분 떨어진 조금 떨어진 안산의 휴대폰 매장도 나을 바 없었다. 전철 4호선으로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역 인근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되는 밖과 달리 내부는 한산했다. 그나마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도 요급 납부, 전화기 이상 등을 문의하러 온 사람들이 전부였다.
몇몇 매장은 211 보조금 대란의 허상을 알리기 위해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건대입구역 주변에 한 휴대폰 매장 관계자는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놓고 판촉활동을 벌였다.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이 기사에서처럼 211 보조금 대란을 틈타 과장 광고가 늘었다”며 “온라인보다는 매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는 “신작이 예고된 갤럭시 시리즈보다는 팬택 제품이 유리하다”며 “보조금 대란이 문제가 되면서 당분간 대규모 보조금은 없을 테니 갤럭시S4보다는 베가 아이언을 구매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211 보조금 대란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불만도 한껏 높여 놨다. 한 고객은 “11일 이전에 50씩 내고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호갱님 인증이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들의 불만은 방통위와 미래부로도 번지고 있다. 또 다른 고객은 “정부는 보조금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수습에 나서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통신시장을 건전하게 조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번 211 보조금 대란에서 보조금 수혜를 입은 이들도 정부와 이통사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 고객은 “이번 보조금 대란에서 SK텔레콤으로 아이폰을 구매했다”며 “정해진 최소기간만 채우고 팔아도 남는 장사”라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게 정부 정책은 효력이 없고 이통사는 버티는 영업이 만난 결과”라며 “나같이 인터넷에 붙어사는 이들만 이득을 보게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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