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이 커진 탓에 보수적인 운용에 나선 것으로 사실상 투자할 곳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일 한국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85개 자산운용사 자산총계는 2013년 12월 말 4조1903억원으로 같은 해 9월 말 대비 7.2%(2811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현금 및 예치금은 1조7314억원에서 1조9990억원으로 15.5% 늘었다. 운용사 전체 자산 가운데 약 48%가 잠만 자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비율은 3개월 만에 3.4%포인트가 뛰었다.
이에 비해 운용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은 이 기간 1조4811억원에서 1조5009억원으로 1%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37.9%에서 35.8%로 줄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현금을 많이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이는 투자처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투자자 예탁금을 뺀 운용사의 고유재산 또한 안전자산으로 돌리는 추세다. 자산운용사의 재산은 고객의 위탁 자산인 신탁재산과 회사 자체 자산인 고유재산으로 구분된다.
85개 운용사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자산총계가 2958억원(9월 말)에서 4225억원(12월 말)으로 42.84%(1267억원)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다. 여기서 부채총계인 2097억원을 뺀 2127억원이 회삿돈이다. 이 고유재산은 지난 9월 말 대비 3.97% 늘었다.
투자자예탁금(1803억원)을 뺀 삼성자산운용의 12월 말 기준 현금 및 예치금은 1569억원으로 고유재산의 73.75%를 차지, 비중이 9월 말보다 4%포인트 남짓 늘었다.
이익 증가로 늘어난 고유재산 분을 대부분 은행에 예치한 셈이다. 이 기간 삼성자산의 유가증권 증가분은 없다.
삼성자산운용은 작년 9~12월 영업이익이 108억원 늘었고 순이익이 81억원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수적 접근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이외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도 마찬가지로 현금 및 예치금이 크게 늘고 유가증권이 줄거나 소폭 증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소극적 운용은 투자처 부재도 있겠지만 투자자와 이해 상충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처 부재와 투자자와 이해 상충 문제로 고유재산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한단 얘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고유재산은 자산운용사의 자기 재산으로 수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며 “펀드 투자인구 감소와 운용보수율 하락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소극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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