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우리 아버지 아니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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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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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도 다르고...아버지는 뱃일도 하지 않아"

금강산 공동취재단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아버지가 아닌 것 같다."

20일 열린 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에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사연도 있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자인 최남순(64)씨는 단체상봉 테이블에서 북측에서 온 이북동생 세명과 마주했지만 "아버지가 아닌것 같다"며 허탈해 했다.

최 씨는 북에서 온 이복동생 최경찬(52), 정철(45), 의순(55)씨와 만나 아버지 사진 한장을 건네 받았지만 고개를 갸우뚱 했다.

최 씨는 누렇게 빛바랜 사진속 인물을 한참 들여다 본 뒤 눈을 감을 채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어 북측에서 나온 이복 형제들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무리 봐도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라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북 측 가족들은 아버지 고향이 강원도 정선이라고 했지만 최 씨는 강원도 횡계에 사시다 강릉으로 이사온 뒤 의용군으로 북에 갔다고 반박했다.

아버지의 직업도 달랐다.

북 측 가족들은 "(아버지는) 나무를 베서 뗏목으로 나르는 유벌공이었다"고 한 반면, 최 씨는 "농사를 지었고 목수일을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버지가 다른 것을 인지한 뒤 아버지가 아닌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아복 동생으로 나온 이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친남매였으면 좋았을 것을, 인연이 좋지 않아 섭섭하다"며 "우리 잘못도 아니고 살다 보면 얘기치 않은 일도 얼마든지 있으니 받아들이자"고 했다.

이에 북측 상대들은 "섭섭해서 어떡합니까..."라며 울먹였다.

최 씨는 "우리가 서로 시대를 잘못 만나서 그런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한편, 남측과 북측 적십자 직원들은 "가족이 아니다"라는 말에 분주해졌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최씨가 두 살 때 아버지와 헤어졌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어머니나 친척 동네 주민들로부터 들어서 사실관계를 혼동할 수 있다"며 "실제 이산가족이 아닌지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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