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양호 납북사건으로 생이별한 형제는 42년 만에 만나 손을 부여잡고 울었다.
양곤 씨는 납북 돼 42년의 세월을 북에서 보낸 형 양수씨를 꼭 끌어안으며 "고맙습니다. 얼굴을 뵙게 해주셔서…"라며 격해진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양곤 씨는 납북된 형을 보기 위해 아들 종원(17)군을 데려왔고, 형 양수 씨는 북에서 결혼한 부인 리순녀 씨와 함께 남측에서 온 동생을 맞았다.
양곤 씨는 형에게 남쪽 소식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돌아가신 부모님과 큰형의 묘소 사진, 가족 사진, 고향마을 풍경 사진을 챙겼고 내복 등 의류와 생활필수품을 선물로 준비했다.
거제도 출신인 두 형제는 할아버지 산소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소풍을 갔던 기억, 동네에 있던 큰 나무에 올라갔다가 할머니에게 혼쭐이 났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북으로 끌려간 자식을 가슴에 묻고, 세상을 뜬 양친으로 화제가 옮겨갈 때는 고통스러운 기색도 역력했다.
형제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지만 42년이란 세월보다 이념의 간극은 더 벌어져 보였다.
형 양수씨는 이날 상봉장에 북에서 받은 훈장을 3개 가져왔다. 금색 노력영웅 훈장 1개와 은색 영예훈장 2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에 받은 선물 목록을 동생에게 자랑하듯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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