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남성의류 전문몰 ‘블랙바나나’를 운영하고 있는 박재용(40) 대표. 그는 미술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바이크 슈트(오토바이를 탈 때 입는 가죽 정장) 디자이너로 10년간 일하고 귀국해 쇼핑몰 창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유럽의 개성 있는 패션에 반해 남성들의 옷이 천편일률적이었어요. 같은 브랜드, 같은 스타일의 제품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센스 있는 스타일을 제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랙바나나 고객의 상당수는 현재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에요. 소위 옷 잘 입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블랙바나나입니다”
블랙바나나 제품은 오버사이즈, 즉 루즈 핏 스타일을 표방한다. 마른 체형을 가진 고객들이 빈티지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코디하기를 원하는 박 대표만의 차별화 전략이다. 그는 “빅사이즈 쇼핑몰로 오해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일반 고객들이 루즈핏 의류를 멋지게 소화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처음부터 확실한 개성과 콘셉트를 갖고 가자는 생각으로 블랙바나나의 색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블랙바나나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70%는 재구매, 즉 단골 고객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단골 고객의 비중이 높아진 가장 큰 힘을 묻는 질문에 잠이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6년간 블랙바나나를 운영하며 24시간 직접 고객 상담을 하고 있다. 운영 초기에는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했고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그는 “힘든 건 사실이지만 고객들이 블랙바나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정책”이라며 “블랙바나나가 최근 해외진출을 선언하며 고객관리가 소홀해질까 걱정하는 고객도 있던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바나나는 최근 카페24(www.cafe24.com)를 통해 중문몰을 열고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도 블랙바나나는 마니아 중심으로 사랑 받았다”며 “명확한 콘셉트와 색깔을 갖고 있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고객관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손님이 편하려면 내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이벤트를 하나 할 때도 고객들과 상의하고 진행한다. 지금도 고객들에게 직접 손 편지를 써 보내는데 남성 고객들도 이런 것 좋아한다. 관리 받는 기분이 든다고 무척 좋아해 주신다. 이벤트 상품도 일괄적으로 발송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연락해 받는 고객의 취향에 맞춰서 보낸다. 선물이 고객 마음에 들지 않는 이벤트는 실패한 이벤트다.
△모바일 매출 비중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 정도까지 올라왔다. 대부분의 쇼핑몰들이 모바일 페이지를 구축하기 전에 일찍이 도입했던 것이 빠른 상승의 비결인 듯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해외 시장은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운영하다 보면 의외로 해외에서 구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 동안은 언어도 지원되지 않고 해당 국가에 맞는 결제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아 고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해외몰을 오픈하면서 그 문제가 해결돼 기대가 크다. 우선 중문몰을 먼저 열었는데 영문몰, 일문몰도 순차적으로 오픈할 생각이다.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한마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가끔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처음으로 묻는 것이 ‘미칠 수 있는가?’이다. 6년째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이 일 하나에 정말 말 그대로 미쳐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전제조건은 개성을 가지라는 것이다. 블랙바나나는 ‘루즈핏의 대명사’라는 색깔을 가졌다고 믿는다. 명확한 색깔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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