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4일 발표한 ‘대기업 협력업체의 성과분석 – 4대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협력업체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특정 협력업체의 사례나 협력업체가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편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교수와 김소연 연구원은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4대 기업집단에 소속된 산업 선두 기업의 협력업체 성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거래 대기업의 성과와 협력업체의 성과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비협력업체와 비교했을 때 협력업체의 성과가 낮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대·중소기업의 관계에 대해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비용을 전가해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결과다.
보고서는 대기업의 협력업체와 비협력업체의 성과를 비교했을 때 기업의 최종성과인 총자산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이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비협력업체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매출원가 외에 다른 비용들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영업이익률과 매출액이익률은 대기업의 협력업체와 비협력업체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납품단가를 반영하는 매출총이익률은 협력업체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자산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보고서는 대기업 협력업체의 매출액이익률이 비협력업체보다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총자산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이 높게 나타난 원인을 대기업 협력업체가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협력업체의 대기업에 대한 매출 비중은 협력업체의 재고자산 회전율과 매출채권 회전율을 모두 높이며 현금전환주기 또한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줬다. 기업은 매출액이익률이 높지 않아도 자산회전율을 높여 총자산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을 높일 수 있으므로, 이는 결국 협력업체의 높은 자산 회전율이 최종 성과의 동인이 됐음을 입증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즉, 협력업체는 대기업에 할인된 가격으로 납품하지만 그 보상으로 자금과 운영지원을 받고 있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대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할인된 가격으로 납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거래 관계를 납품단가 측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협력관계 왜곡의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한 만큼 대기업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협력업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을 억압하는 규제 시행에 신중함이 요구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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