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그룹 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위상이 엇갈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후 하나은행과 통합하지 않고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인수 당시 대등했던 두 은행의 실적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외환카드 분사 후 하나SK카드와 합병될 예정이어서 그룹 내 외환은행 입지가 더욱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인 2011년 외환은행은 1조62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하나은행은 1조2068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지분 매각을 통한 일회성 이익으로 8756억원을 거두며 하나은행과 비슷한 실적을 올렸다.
인수 첫 해인 2012년에도 외환은행은 62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하나은행(5434억원)보다 다소 우위의 실적을 달성했다.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1조602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39%, 33.9%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들 은행의 실적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2012년보다 35.1%(1907억원) 증가한 73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외환은행 당기순이익은 41.6%(2601억원) 감소한 3657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 당기순이익(1조2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하나은행 72%, 외환은행 35.9%로 격차가 벌어졌다.
하나금융의 연간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은행이 2011년 39%에서 지난해 72%로 상승한 반면 외환은행은 33.9%에서 35.9%로 비교적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두 은행의 실적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외환은행이 그룹 내 위상을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도 여의치 않다. 하나금융이 하나SK카드와의 통합을 위해 외환카드 분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외환카드 분사를 위한 금융위원회의 예비승인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성사될 경우 외환은행의 카드부문 수익은 모두 하나금융으로 귀속돼 외환은행의 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투쟁 정도가 예전만 못하다며 카드부문 통합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투뱅크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두 은행이 비교대상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실적도 상반된 모습을 보인 데다 카드부문 통합까지 추진되고 있어 외환은행이 다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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