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씨, 삼성가(家) 상속소송 745일 도대체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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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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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결국 상고 포기…이건희 삼성 회장 "가족 간 화목 위해 최선 다하겠다"

  • 거액의 소송 비용·이미지 훼손…'범삼성가' 가족 간 화합 숙제로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을 둘러싼 삼성가(家)상속 소송이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사실상 패배로 일단락 됐다. 지난 2년간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놓고 벌인 형제 간 싸움은 국내 최대 기업인 '범삼성가'의 화합을 숙제로 남기고 끝이 났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26일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소송 기간 내내 말했던 화해에 대한 진정성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어떤 오해도 없길 바란다"며 "소송으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 것 같다. 가족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소송 대리인을 통해 향후 가족 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회장 측 소송 대리인 윤재윤 변호사는 이날 "원고 측의 상고포기로 소송이 잘 마무리된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이건희 회장은 가족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고 가족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 상속분쟁 어떻게 진행돼 왔나

두 사람의 상속 소송은 지난 2012년 2월 이 전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차명주식을 이 회장으로부터 돌려받겠다며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약 7100억원 규모의 상속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이 전 회장은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배당금 1억원 등 약 7000억원을 나눠달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회장의 누나 이숙희씨와 형 창의씨의 며느리 최선희씨도 소송에 가세하면서 소송가액은 4조원을 넘었다.

이듬해 2월 1심 선고에서 법원은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달 15일 이 전 회장 측은 소송가액을 96억원대로 축소해 항소장을 제출했고 이 소송은 올해 1월 14일까지 이어졌다.

최종 변론에서 이 전 회장 측은 소송가액을 9400억원으로 확정하고 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지만 결국 서울고법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이 전 회장과 이 회장의 상속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전 회장이 청구한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주와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주,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인도에 대한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이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이 회장에게 재판이 아닌 화해·조정 절차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짓자고 제안했지만 이 회장은 그룹 승계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라며 이를 완곡히 거절했다.

◆ 거액의 소송 비용·이미지 훼손…'가족 간 화합'은 범삼성가 숙제로

이번 유산 소송으로 양 측은 거액의 소송 비용과 이미지 훼손이라는 상처만 남기게 됐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소송 시작 직후인 2012년 2월에는 삼성물산 김모 차장이 이재현 CJ 회장 자택 주변을 배회하다 포착돼 소환조사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해 이병철 선대회장의 25주기 추모식에서는 전례없는 그룹별 별도 추모식이 진행됐다. 당시 양 측은 이재현 CJ회장의 선영 정문 출입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두 형제 간 감정섞인 공방은 대외적인 삼성그룹 이미지에도 오점을 남겼다. 이 전 회장은 육성으로 녹음한 파일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탐욕이 소송을 초래했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 회장 역시 '이맹희 전 회장은 30년 전에 집안에서 퇴출 당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은 측이 모두 가족 간 화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소송을 마무리했지만, 오랫동안 깊어진 감정의 골로 인해 당장 화해가 성사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기업에서 벌어진 유산 소송으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만큼, 범삼성가 차원에서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이병철 선대회장의 맏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지난해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며 집안 화합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고문은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 고 이창희씨의 둘째아들 이재찬씨 유족이 이번 소송에 합류하는 와중에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상속 소송으로 이 전 회장 측은 막대한 소송 비용을 껴안게 될 전망이다. 소송에서 진 이 전 회장이 법원에 납부한 인지대는 1·2심 통틀어 총 171억여원에 달한다. 특히 이 전 회장 측은 변호사 선임 비용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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