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ㆍ정치연 기자 =SK그룹에게 너무 가혹한 시나리오다.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SK그룹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재계도 서열 3위 기업 오너의 장기 부재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27일 SK그룹은 총수 공백 장기화에 따른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지연과 차질을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측은 "먼저 SK를 사랑하는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SK그룹 본사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경영진은 선고 즉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날 긴급회의에 참석한 SK 경영진들은 최 회장 형제가 직접 진두지휘했던 대규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분야에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 정착 노력, 글로벌 국격 제고 활동 등 최 회장이 그동안 중점을 뒀던 활동들이 이번 선고로 중단될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어 "경영진들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고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위기를 극복하고 더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으로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SK는 6개 위원회 중심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 강화를 통해 경영 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오너 중심의 경영이 특징인 한국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너 부재의 영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추진 및 투자, 대규모 M&A 등 오너의 결단력이 요구되는 그룹의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SK는 최 회장 수감 이후 그룹의 중대한 경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해에는 STX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9월 항소심 선고가 나온 뒤 인수전에 불참하기도 했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중남미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반도체 사업 등의 추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정에 선 주요 그룹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의 선고에 재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가혹한 판결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 살리기 기류와 반대되는 판결이 나와 당황스럽다"면서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까지 징역이 확정된 것은 재계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전경련 관계자도 "최 회장의 장기 실형 선고로 미래 신수종 사업 등 투자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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