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트라인을 살피는 러셀 헨리. 현역 미국PGA투어프로 가운데 만 25세 이전에 2승을 올린, 몇 안되는 선수다.
‘대회 첫 사흘간 1∼3타차로 추격하다가 최종일 선두를 따라잡은 후 연장에서 우승컵을 낚아챈다’
미국의 ‘신예’ 러셀 헨리(미국)가 한때 세계랭킹 1위였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미국PGA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600만달러)에서 우승한 대략의 스토리다. 둘은 1989년 4,5월생으로 동갑내기다. 헨리의 생일이 22일 빠르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에서 시작된 이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2일 끝난 3라운드까지도 매킬로이는 헨리에게 2타 앞선 단독 1위였다.
세계랭킹(매킬로이 8위, 헨리 110위)으로 보나, 투어 우승 경력(매킬로이 6승, 헨리 1승)으로 보나 매킬로이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런데 승부는 최종일 후반에 뒤바뀌었다. 헨리는 마지막 9홀을 2오버파로 마무리한 반면, 매킬로이는 마지막 12개 홀에서 5오버파로 무너지며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둘 외에 라이언 파머(미국)와 러셀 녹스(스코틀랜드)도 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 4명이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은 오래가지 않았다.18번홀(파5·길이556야드)에서 열린 첫 홀에서 헨리만 유일하게 2온을 한 후 버디를 잡았다. 매킬로이는 어프로치샷이 벙커에 들어가고 벙커샷마저 홀 반대편의 그린밖에 멈춘 바람에 파에 만족해야 했다. 나머지 두 선수도 파.
매킬로이는 그에 앞서 정규라운드 16번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다. 그 홀 그린은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여 있다. 벙커샷은 볼 뒤쪽에 맞는가 싶더니 연못 가운데로 빠져버렸다. “16번홀 더블보기가 결정적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매킬로이는 순식간에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서 내려갔고 연장전으로 끌려들어갔다. 2012년 9월 BMW챔피언십 이후 1년6개월만에 맞이한 투어 7승 기회도 날려보냈다.
헨리는 2011년 미국 조지아대를 졸업했고 2002년 미국PGA 2부투어에서 2승을 올린데 힘입어 2013년 미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는 투어 첫 대회인 소니오픈에서 덥석 우승컵을 안아 될성부른 떡잎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로부터 약 1년2개월만에 투어 2승째를 올렸다. 대학에서 소비자경제학을 전공하고 보기 드물게 졸업장까지 받은 그는 투어 1,2승을 모두 ‘경제적’으로 달성한 셈이다.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은 그의 대학 및 과의 3년 선배다.
우승상금은 108만달러(약 11억6000만원)다. 헨리는 이 우승으로 세계랭킹 ‘톱50’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했다. 조지아 출신인 그가 5주 후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지난해엔 커트탈락했다. 또 현역 미국PGA투어프로가운데 만 25세 이전에 2승을 올린, 몇 안되는 선수다.
노승열(나이키골프)은 합계 2언더파 278타로 공동 33위, 위창수(테일러메이드)는 이븐파 280타로 공동 46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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