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이사직을 사임하더라도 회사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백의종군의 자세로 임하겠다."
최태원 회장(사진)이 4일 SK그룹내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놓기로 하고 이같은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회사발전 우선과 도의적인 측면에서 책임을 지고 모든 관계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SK E&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이사직에서 사임키로 했다.
이처럼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등기이사를 내려놓기로 하면서 SK의 경영 공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최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SK에게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따라 SK는 당분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조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유지하며 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한 '전문경영인'의 역할만으로 재계 3위의 그룹사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룹의 오너가 장기간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에 관한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로써 SK가 비상경영체제를 끝낼 수 있는 길은 최 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달려 있다. 하지만 거센 비판 여론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편 SK는 최 회장이 사퇴한 자리에 다른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임 이사 임명은 계열사별 이사회에서 논의해 최종 결정할 문제지만,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 내부에서는 최 회장의 이날 등기이사직 사퇴에 대해 그룹이 더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안정과 성장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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