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끅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은 각종 논란 속에서도 시청률 경신을 거듭했다. 일명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가 '왕가네 식구들'이었던 셈이다. 주말을 보내고 온 월요일 아침 회사는 '왕가네 식구들'의 이야기로 시끄러웠는데, 그 중에서도 왕광박(이윤지)과 최상남(한주완)의 러브스토리가 주된 화두였다.
둘의 사랑은 뜨거웠다. 짧지만 강렬했던 연애, 이 세상 모든 청춘남녀가 꿈꾸는 사랑을 한 두 사람은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지만,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다. 그 중에서도 혹독한 시월드를 견뎌낸 왕광박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혼은 '정말' 현실일까.
드라마 종영 후 만난 이윤지는 '왕가네 식구들'을 두고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인류 불변의 법칙을 일깨워 준 드라마라고 했다. 뼛속까지 왕광박이 되고 보니 '결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왕가네 식구들'이 이윤지에게 가져다준 첫 번째 변화는 '내면의 변화'였다. 밝은 성격이지만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이윤지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매사에 당당한 성격의 왕광박과 만나면서 '대범'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솔직한 친구를 만난 기분이에요. 닮아간다고 할까요? '때로는 내 의견을 말할 필요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왕광박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성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었다는 이윤지. 왕광박의 매력에 푹 빠져 실제 자신의 성격까지 변했다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쑥스러워했다.
"스물네 살에 했던 '열아홉 순정'이라는 작품에서도 왕광박과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었어요. 그런데 조금 달라요. 그때는 마냥 철부지였다면 이번에는 주관이 뚜렷한 캐릭터잖아요. 주위 사람들이 밝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음... 사회성이 좋아졌달까요? 하하."
다만,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을 테다. 이윤지는 왕광박의 좋은 점을 본받아 새로운 이윤지가 되고 싶단다.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 한 명과 이윤지. 이렇게 조촐한 네 식구 사이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자란 그녀는 북적북적한 '왕가네' 생활을 마치면서 자녀는 무조건 셋 이상이라는 가치관이 생겼다.
두 명의 언니와 두 명의 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 사고를 조율하고 해결하느라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많은 게 좋다는 게 그의 생각. 이 세상에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겠느냐며.
"'왕가네 식구들'은 워낙 대가족이다 보니까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죠. 해결사 노릇을 하려니까 힘들었던 건 맞아요. 하하. 음... 친구들 사이에 서는 왕광박과 비슷한 캐릭터예요. 그런데, 집안에서까지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형제 많은 가족이 부러워졌단다. 남매 둘밖에 없어 티격태격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이윤지는 결혼 후 자녀관으로 '셋'을 불렀다. 아들이든 딸이든 셋은 낳아야 한다고.
"'왕가네 식구들' 하면서 형제 많은 집안이 부럽더라고요. 하하. 애는 무조건 셋을 낳을 거예요.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지금은 그래요. 가족은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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