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정작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받은 우리들은 영업조차 하지 못하는 죄인이 돼 버렸고, 불법적으로 정보를 활용하는 사조직은 이를 비웃듯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단행된 텔레마케팅(TM) 중단으로 금융회사 텔레마케터(TMR)들이 불만은 그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TM영업 금지조치로 이미 죄인으로 낙인찍힌 TMR들은 뒤늦은 당국의 제한적 영업재개 조치에도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사실상 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와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제휴업체로부터 합법적으로 받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일부 TM 영업 규제를 풀어줬다.
현재 보험사 및 카드사들은 최고경영자의 확약서를 받은 DB에 대해서만 일부 TM 영업이 가능하다.
A보험사의 한 TMR는 "금융당국이 TM 영업 중단을 풀어줬지만 사실상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현 상황에서 우리가 보유한 DB로 영업을 하다가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영업직원들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카드사의 TMR도 "직원들의 전화를 받으면 '내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고객들이 대다수"라며 "마치 TMR라는 직업이 범죄자로 비춰져,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이번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결국 TM 영업채널의 침체를 몰고 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TM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경우에는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사들여 무작위로 뿌려지는 스팸 문자메시지는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온라인상에 개설된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 커뮤니티에는 새벽마다 쏟아지는 불법도박 스팸메시지로 애를 먹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유출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도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 금융소비자연맹 등을 통해 무작위로 날아오는 불법 스팸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수집한 상태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스팸 메시지 신고 현황을 보면, 카드사의 정보유출 내역이 확인된 1월 17일부터 지난 달 초까지 무려 102만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정보유출때문에 스팸 메시지가 늘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불법조직에서 스팸 발송을 늘렸을 가능성은 있다"며 "직접적으로 이를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피해를 막기 위해 각종 안전 서비스 가입, 스마트폰을 이용한 수신 거절 등 대응요령을 국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의 졸속 대책이 오히려 이런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책임론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보유출 당시 애꿎은 TMR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불법조직의 활성화를 초래했다"며 "정작 감독하고 규제해야 할 부분은 빼놓고 헛다리를 짚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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