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달 국회에 상정된 이른바 ‘김우중 추징법’(범죄수익 은닉 규제·처벌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 예정된 대우그룹 창립 47주년 기념행사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참석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대우그룹 출신 전직 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은) 창립 기념식에 모셔야 한다는 게 주최측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와 회원들의 당연한 입장”이라면서 “분위기 상 좋진 않지만 참석을 하실 수 있게끔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에 대한 그 분의 애정은 여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꼭 오고 싶어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론의 반발 심리가 고민이지만, 그래도 이 날 만큼은 참석하셔서 새롭게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구회는 오는 22일 대우그룹 창립 47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대우그룹 출신 멤버들의 모임은 임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와 대리 직급 이상이 가입할 수 있는 연구회 등 크게 두 개로 나뉘는 데, 2011년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연구회가 사실상 대표 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통상 당일 오후 리셉션을 겸한 기념행사만 치뤘지만 올해는 기념식 당일이 주말인 토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매월 진행하던 정기 산행을 함께 연다. 산행은 대우그룹 본사와 연세빌딩 등 대우의 성장의 중심지였던 남산 둘레길 걷기로 진행된다. 참석 규모는 회원과 가족을 포함 200여명으로 정했으나 더 많은 이들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산행 후 오후에는 대우인회 정기총회도 개최한다.
이번 창립기념식은 연구회는 물론 대우의 새로운 부활을 위한 활동을 중간평가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10년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 전 회장은 “연구회가 출범했는데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창립 50주년까지 남은 7년간 노력해 20년간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우리가 진짜로 할 수 있는 서너개를 골라 집중하자. 50주년 때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그때 행사에는 대우인 뿐 아니라 가족들도 같이 초청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가 이야기한 7년간의 노력의 절반이 바로 올해다. 김 전 회장의 제안을 기반으로 옛 대우인들은 연구회를 중심으로 합치며, 다양한 대우 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추진중인 ‘글로벌 영 비즈’(Global Young Biz)는 ‘또 다른 세계경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연구회의 대표 사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연수후 베트남에서 추가 연수를 받은 뒤 현지 업체에 취업시키는 이 과정은 100% 취업률을 자랑한다. 김 회장은 아주대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연수생들에게 특강을 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했고 베트남 현지에서도 틈틈이 대화의 시간을 갖는 등 열의를 갖고 지원해왔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예전처럼 한국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지난해 경제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정부와 국회 등에서 17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물어야 하는 김 전 회장의 차명재산을 찾아내야 한다며 가족과 관련 인사들이 조사를 받았고, 정부에서는 관련 법안 개정안을 만들었다. 갑작스런 압박적인 분위기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잠시 귀국했던 김 전 회장은 베트남으로 돌아간 후 공식활동을 중단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사업에 실패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개인에게 수십조원을 추징한다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강경 분위기가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아 김 전 회장과 대우 출신인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편, 대우전사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한 배순훈 S&T중공업 회장 지난해 6월 한국경제연구원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당시 회장을 하면서 모든 자금을 결재할 때 (제가) 직접 서명을 해야했는데, 그 때 서명한 것들 때문에 지금도 (전) 수백억 빚이 있는 ‘신용불량자’다”라며, “기업 활동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일에 대해 개인에게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 두었으니 이를 사회 정의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기업의 회장들은 항상 위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에서 기업 활동에 대해 좀 더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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