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신’ 박찬경 감독 “무당·굿은 한국의 문화적 중요한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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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0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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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서울대학교 서양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 사진학 석사과정을 밟은 박찬경(49) 감독. 주로 냉전, 분단과 전통종교문화를 다루는 사진, 비디오, 설치 작품을 해온 그는 2008년 단편 ‘비행’으로 오버하우젠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되며 영화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중편 ‘신도안’이 2009년 국제실험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첫 장편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로 2011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Bright Future’ 부문에 선정됐다. 그로부터 3년, 두 번째 장편영화 ‘만신’(제작 볼 BOL)으로 6일 관객과 만났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박찬경 감독과 인터뷰를 했다. 그동안 샤머니즘(병든 사람을 고치고 저세상과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어지는 샤먼을 중심으로 하는 원시 종교)과 관련한 초단편·단편·중편영화를 다수 제작한 그는 이번 ‘만신’을 위해 취재만 1년에 걸쳐 했다. 제작기간은 총 3년이 걸렸다.

“제작기간 동안에도 취재를 병행했으니, 취재기간이 매우 길었다고 볼 수 있다”는 박 감독은 “책 ‘만신 김금화’를 기초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시나리오에 맞춰 영화에서 등장하는 각종 영상들을 구하는 일들이 가장 큰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감독이 확보한 ‘만신’ 관련 영상만 10테라바이트. 요즘 좋은 화질의 영화 파일이 2기가바이트임을 감안한다면 5000편의 영화에 해당되는 용량이다.
 

[사진=이형석 기자]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야 했어요. 방송국을 찾아가 관련 영상을 뒤지기도 했죠. 다행히 만신 김금화 선생님이 방송 출연을 많이 해주셨더라고요. 학자들이 캠코더로 찍은 영상은 직접 만나 양해를 구해 얻기도 했습니다.”

취재를 떠나 영화 제작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제작비였다. 박 감독은 ‘만신’을 ‘맨땅에 헤딩하듯 만든 영화’라고 표현했다. 예산 ‘제로’로 시작된 제작기는 박찬경 감독의 열정을 느끼게 했다.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단편을 만들어 펀딩을 받고, 이를 다시 트레일러(예고편)로 만들어 제작비를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힘든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완성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잊지 말자는 의미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만신(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과 굿은 존경받아야하고 존중돼야할 인물과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으로 얼마나 풍부하고 중요한 자산인지 대중들이 느끼고 알기를 바랐어요. 그런 문화가 없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죠.”

“영화는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하지만, 영화로 김금화 선생님의 삶을 전부 다 담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사건이나, 인물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와는 다른 부분이 있는 거죠. 영화로 명확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했다기보다는 관객들에게 (김금화 선생님에 대한 삶과 만신에 대한)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느낌으로 연출했습니다.”
 

[사진=이형석 기자]

제작기간이 3년이나 걸렸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박찬경 감독은 말했다. “5년 정도 제작해 3시간 분량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초반에는 생각했다. 무속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속영화의 결정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아직 못다한 얘기가 너무나도 많다. 김금화 선생님이 업신여김을 당해온 무속을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신 것처럼 저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픈 마음이 컸다”고 영화 제작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찬경 감독은 연기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가장 먼저 캐스팅 된 류현경에게 “감사했다”며 “류현경의 촬영 분을 보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김새론 양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진짜 만신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연기를 잘해준 문소리에게는 감탄했다”고 회상했다.

형 박찬욱 감독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남매)’ ‘코엔 브라더스’라고 불리고 있다고 하자 “그런 평가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지만 두 거장형제처럼 큰 영화를 함께한 적이 없어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우리는 서로 자유롭게 각자의 길을 가면서 작게 작업을 하는 편이다. 형과 함께 장편 상업영화를 성공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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