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술평가시스템, 국책은행 '우수' 시중은행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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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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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DB·노하우 부족…공동 DB 구축에 기대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정부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강화 요구에 따라 은행들이 기술평가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비교적 우수한 시스템을 구축한 반면 시중은행들은 시스템 도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기업의 기술 및 특허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평가시스템 'IBK T-Value'를 구축했다. IBK T-Value는 기술평가 의뢰서 및 평가서 작성, 평가결과 확인 등 기술평가에 대한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인 만큼 기술평가시스템을 통해 지원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2016년 125조원으로 확대하고 고객수도 130만 업체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5년부터 본격적인 기술금융상품 취급을 개시한 산업은행은 은행권 내 기술평가 관련 인프라가 탄탄한 곳으로 꼽힌다. 산은 설립 당시부터 기술평과 관련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시스템뿐만 아니라 노하우,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산은은 1954년 설립 당시부터 전문부서인 기술부를 통해 산업시설자금 공급을 지원해왔다. 이후 2000년대부터 기술평가 및 기술금융업무를 전문화시켜 2005년에는 신설·창업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 지표를 개발했다. 2007년에는 지식기반·서비스 산업 등에 대한 기술평가 지표도 개발했다.

기술평가시스템과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2012년 9월 탄생한 것이 지식재산권(IP) 금융으로 대표되는 'KDB 테크노뱅킹'이다. 산은은 IP펀드, IP담보대출, IP사업화금융 등을 통해 지난해 1504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목표금액을 2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국책은행들이 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전문 인력 및 기술평가 관련 DB 부족 등을 이유로 내부 검토단계에 머물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한 뒤 자체 평가시스템 구축 및 관련 상품 출시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전문 부서 신설 및 시스템 구축에 대해 검토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그동안 부동산 등의 담보를 위주로 자금을 지원해왔기 때문에 기술평가에 대한 노하우나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술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돼 단기간에 관련 자료나 노하우를 쌓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술평가시스템 구축방안'에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각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평가·거래 정보를 함께 관리하는 공공재적 성격의 기술정보 DB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동 DB를 통해 부족한 자료나 노하우 등을 얻을 수 있어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보다 신속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동 DB 구성에 발맞춰 은행 내부의 준비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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