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경찰서 강경남 수사과장은 10일 오전 10시 30분 2층 회의실에서 공식 브리핑을 열고 SBS '짝' 출연자 사망과 관련된 수사 진행 상황 및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은 사망 직후 제작진으로부터 약 2시간 20분짜리 영상을 제출받았다. A 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후 약 1시간 동안 나오지 않은 점, 변사체로 발견될 때까지 화장실에 출입한 자가 없는 점을 들어 자살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제작진으로부터 약 7~8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녹화 영상 전량을 제출받아 A 씨가 자살한 원인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서귀포서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까지 제작진의 강압성 여부는 발견하지 못했다. A씨가 SNS를 통해 지인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처벌 가능한 수준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강 수사과장은 "도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법률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수준이다. 녹화 도중 모멸감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제출받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압성 여부가 발견된다면 제작진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도의적 비난을 받을 정도의 수준으로 그친다면 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어느 정도는 (강압성 여부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새벽 2시쯤 '짝'을 촬영하던 일반인 출연자 여성이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유서로 짐작되는 노트에는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나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라는 내용이 쓰여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짝' 제작진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사후 처리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다음은 브리핑 1문 1답.
- 대략적인 사건 개요를 설명 해달라.
= 지난 5일 서귀포시의 한 펜션에서 '짝' 녹화 중이던 여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화장실 문이 닫힌 순간부터 발견 직전까지 침입자가 없는 점을 미루어 보아 자살로 판명했다.
=출연자 11명과 제작진 5명을 조사했다. 카메라 6대에 찍힌 영상에서 출연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SNS 내용을 조사했을 때 고인이 촬영 과정에서 정신적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 유서에는 '자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살고 싶은 생각이 이제 없어요. 사랑했던 사람을 모두 미안해. 정말 미안해' 등의 문구가 자살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 유서 내용과 SNS 내용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지난해 11월부터 써온 유서에는 방송에 대한 불만은 없다. '제작진에 많은 배려를 받았어요. 고마워'라는 내용으로 봐서는 제작진의 강압성은 없다. 그런데 SNS를 분석한 바로는 본인이 짝이 맺어지지 않는 과정에서 카메라가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런 부분이 자살에 작용할 수 있는지는 영상 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 미리 확인한 영상(2시간 20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 초반에 고인이 혼자 앉아서 흐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에는 노트(유서로 짐작)를 찢는 소리가 들린다. 또 침대에서 뭔가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났는데, 유서의 일부를 불에 태우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나왔다가 들어갔는데 1시간 10분 정도 문이 잠겨있다. 다른 여성 출연자가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PD에게 요청하는 장면도 담겨있다. 문틈 사이를 동전으로 열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죽어 있는 상태였다.
- 향후 어떤 방향으로 수사할 예정인가.
= 자살 이유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언론이 의심하고 있는 제작진의 강압성 여부라든지 촬영 이전에 신변상의 문제점 등 복합적으로 확인할 것이다. 제작진으로부터 7~8테라바이트 용량의 녹화 영상 전량을 제출받기로 했다. 명확한 자살 동기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 제출 영상의 변질 가능성은 없나.
= 변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원본을 그대로 제출하기로 했다. 분석하는 과정에서 변질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 영상 분석 후 제작진의 강압성 여부가 발견된다면 제작진 재조사 가능성도 있나.
= 그렇다. 하지만 강요나 협박에 해당하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 도의적 비난을 받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처벌을 할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어느 정도의 (강압성은) 있지 않았을까 예상하고 있다.
- 제작진과 출연자의 사전 계약서 내용은 확인했나.
= 애정촌에서 합숙 중에 참여를 거부하거나 번복할 수 없다. 촬영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방송 과정에서 제작진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숙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유가족과 협의는 이뤄졌나.
= 방송사와 유가족의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유가족의 입장은 무엇인가.
= 유가족 측의 요구 사항이 있는지 입장을 들어봤다. 특별히 수사를 원하는 부분은 없었다. 다만 녹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자살하지 않았겠느냐고 의혹은 제기했었다. 고인의 신변 보호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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