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기자의 부동산 Indu-Story]압구정 재건축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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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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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조 규모의 매물이 움직인다.."올 재건축 시장 최대 변수 전망"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작년 5월 서울시의 한강변 경관관리계획을 취재할 당시 ‘압구정 지구’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여의도ㆍ이촌ㆍ성수ㆍ합정ㆍ잠실 등 다른 지구 계획을 모두 취재해 놓고 압구정 지구만 계획안이 나오지 않아 기사를 상당기간 마무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 담당자는 “압구정 지구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지역이든 개발 계획안이 나오면 이해관계에 따라 크든 작든 저항이 있기 마련인데 압구정 지구의 반발은 유독 신경이 쓰인다는 게 담당자의 솔직한 속내였다. 

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주거지역은 곧 우리사회의 신분질서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명함이 됐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 산다는 말은 곧 그 사람이 대기업 임원이거나 사업가, 교수나 정치인, 예술가나 유명 연예인 등 우리 사회 신분질서의 최상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대변해 왔다.  

역설적이지만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시장이 바뀔 때마다 압구정 지구의 재건축 정책이 바뀌는 부침이 반복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계획과 박원순 시장의 한강변 경관관리계획이다. 70년대 후반 지어져 대부분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는 압구정 지구 24개 단지 1만여 가구는 2006년부터 통합재개발을 추진해 왔다.

오 전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고밀도 아파트 개발로 획일화 돼버린 한강변을 재건축을 계기로 탈바꿈 시키려는 구상을 했다. 용산역세권 개발로 150층 이상의 마천루가 있는 국제업무지구를 건설하고 그 맞은 편 압구정 지구에 풍부한 녹지공간을 갖춘 50층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서울을 명실상부 글로벌 도시로 만든다는 게 르네상스 계획의 골자다.

압구정 지구 주민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면 부지의 30%를 기부해야 하는데 용적률 혜택을 감안해도 내 땅의 3분의1을 고스란히 서울시에 바쳐야 한다는 사실은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 박원순 시장이 한강변 저밀도 개발을 기치로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압구정 재건축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층수를 50층 이하에서 35층 이하로 제한했지만 대신 기부채납 비율을 절반 수준(15%)으로 낮추면서 반발이 상당히 누그러졌다. 랜드마크로서의 장점은 약해지겠지만 대신 ‘내 땅을 왜 시에 바쳐야 하냐’는 반감이 희석된 셈이다. 압구정 주민인 이학기 강남구 의원은 “초고층에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재건축으로 돈을 벌 생각도 없다. 그냥 우리 생각대로 재건축을 해 쾌적한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2년 한강변 르네상스 계획의 시한인 3년이 마무리 되면서 통합개발이 아닌 개별 재건축도 비로소 가능해졌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5월 미성2차를 뺀 23개 단지가 일제히 안전진단을 신청하면서 압구정 재건축이 시동을 걸었고, 용역결과 모든 단지가 D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재건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포나 잠실 지구 등과 함께 압구정 지구를 재건축 시장을 움직일 최대 변수로 꼽는다. 이른바 큰손들의 최대 관심 지역이고, 실제 시장 규모로만 봐도 그렇다. 압구정 지구 가구당 가격은 평균 15억원을 웃돈다. 총 15조원이 넘는 매물이 움직이면 주택 시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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