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특히 상명하달식의 엄격한 조직 체계가 필수였던 철강업계, 이 가운데에서 업계 대표인 포스코는 기존 틀과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임원’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뛰는 포스코로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권 내정자가 제시한 가장 큰 파격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기존 68명이었던 경영임원 수를 52명으로 줄인 가운데, 특히 지원부서 소속 경영임원을 31명에서 14명으로 축소한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한 지원부서 임원들이 매출 부서의 활동의 발목을 잡으며, 새로운 시도를 막는 장애물이 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권 내정자도 스스로 빠른 의사결정을 이루기 위해 말 그대로 지원부서는 실무부서를 ‘지원’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 위상을 낮췄다.
기존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에서 지원 업무에 해당하는 기획재무와 경영지원 부문을 없애고 경영인프라라는 하나의 본부로 통합시켜 4개 본부로 축소한 조직개편안도 같은 맥락으로 엿볼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전문임원의 역할은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소위 ‘1인 별동대’라는 별칭이 붙는 전문임원은 말 그대로 자신의 이름값으로 실적을 내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연구, 기술, 마케팅, 원료, 재무, 법무, 전략, 인사, 홍보 분야 등에서 선임된 전문임원은 인사권 등 경영임원들에게 부여된 권한은 없는 대신 자신의 전문분야 노하우를 실무 부서에 제공하거나 함께 일하고, 아예 스스로 개별 프로젝트를 만들어 혼자서 추진하거나 부서에 상관 없이 필요로 하는 인력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언론사에서 운영중인 ‘전문기자’ 제도와 유사하다.
전문임원은 철저한 성과를 올리는데 모든 역량을 쏟게 된다. 실무 부서와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그보다는 실무 부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포스코 전사 차원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권 내정자는 전문임원제도가 정착에 성공할 경우 해왔던 업무의 실수 없는 처리에만 역점을 두는 안주하는 조직 문화, 철강사 중심의 좁은 시각으로만 바라본 사업 계획의 수립 및 실천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문화를 전사에 확산시키고 뛰는 포스코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새로운 시도에 적응을 못하거나 거부하며, 기존 이권에만 매달리는 포스코맨들은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직 개편안에서도 권 내정자의 뚜렷한 주관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탄소강, 스테인리스, 성장투자 등 사업분야별로 운영하던 조직을 철강사업 및 생산 등 핵심기능 위주로 재편했다. 제품 하나하나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제품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고 이들을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한 단계 높은 차원, ‘솔루션’ 개념으로 사업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양립할 수 없는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하나로 합친 것도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시장성을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빨리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융합된 사업과 투자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포스코는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 등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가치경영실’을 신설했다.
포스코의 조직 개편안은 곧이어 발표될 패밀리 계열사들의 임원인사 및 조직 개편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권 내정자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전 패밀리사들이 보유한 각 영역의 전문성을 융합해 그룹 차원의 솔루션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선 각 계열사들이 포스코 보다 더 빠른 조직으로 개편돼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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