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신화사>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미국이 24년만에 전략비축유(SPR) 판매에 나선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걷어내기 위한 조치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 6억9600만 배럴 가운데 1%가 안되는 500만 배럴을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급 단절이 될 경우를 대비해 공급량을 충분히 늘리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비축유를 매입하려면 오는 14일까지 매수호가를 제시하면 된다. 비축유 인수는 다음달에 이뤄질 예정이다. 전략비축유는 몇차례 방출된 적 있지만 이처럼 판매에 나선 건 24년 만에 처음이다.
백악관은 비축유 방출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관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러시아 압박용이라고 분석했다. 24년간 풀지않은 비축유를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진 후 바로 방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시에떼제네럴의 마이클 위트너 석유글로벌국 국장은 "방출 타이밍이 러시아에 대한 경고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에너지생산국인 러시아는 에너지를 빌미로 국제적 정치권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산유량은 세계 2위로 전체 공급량의 12%를 차지한다. 우크라니아 크림반도에 군을 주둔한 점도 국제사회로 비난을 받았다. 미국은 맹렬히 비난했으나 유럽은 조심스런 경고에 그쳤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및 원유 생산량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이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해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주장하기도 했다. 독일 터키 영국 등 미국의 우방을 돕기 위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캐나다 멕시코 등 국가에만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방출하려는 비축유가 유황 함유량이 높은 점도 러시아 압박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러시아가 주로 수출하는 원유도 유황 함유량이 높다.
미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긴장상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철군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가) 만약 잘못된 선택을 만든다면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국무장관과 잇달아 만나 외교적 협상을 하고 있으며 14일에도 런던에서 만날 예정이다.
시장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보단 원유 공급 우려를 대처하기 위한 조치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위기 때 급등한 이후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가격은 12 2.37달러 하락한 배럴당 97.66달러에 그쳤다. 런던에선 북해산 브렌트유가 0.4% 하락한 배럴당 108.07 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